아들에게 제 모든 관심을 쏟으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무심히 교회 달력을 넘겨보았습니다.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편하다는 이유로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자세 습관이 훗날 고통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꽤 무섭게 다가옵니다.
뭔 소리다냐. 내가 우리 새끼 줄라고 담갔는디!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는 내 편, 내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든든한지
이렇게 전화 자주 해주는 게 제일 좋아
하늘 어머니의 호령에 맞춰 천국 쪽으로 힘차게 줄을 당기겠다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어려운 시험을 치를 때마다 엄마는 ‘믿는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앞으로의 복음 길은 형제자매를 향한 격려의 말로만 가득 채우리라 다짐합니다.
언젠가 “아이고, 우리 막둥이 잘 해 먹네” 하며 칭찬해주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도 어김없이 엄마는 제가 아무것도 못 하게 했습니다.
아빠는, 부모 품을 떠나 홀로 지내는 딸에 대한 걱정을 아침 식사 메뉴를 묻는 것으로 대신하고는 했습니다.
엄마는 구경조차 해본 적 없는 낯선 요리들을 어디선가 배워와 우리 자매에게 선보이는 것을 좋아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지?’ 하는 무기력과 공허함이 내면을 파고들었다.
“집에 아기를 혼자 두고 왔으니까 걱정이 돼서 얼른 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