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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호저와 함께 살기

2023.0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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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토끼가 호저에게 인사했어요.

    “앗!”

    놀란 토끼가 얼른 몸을 피했어요. 온몸에 뾰족한 가시가 돋친 호저가 움직이면서 하마터면 눈을 찌를 뻔했거든요.

    “호저야, 있잖아. 어제 다람쥐가 ….”

    원숭이가 호저에게 막 말을 걸 때였어요.

    “앗, 따가워!”

    이번에는 원숭이의 턱에 크고 기다란 호저의 가시가 박히고 말았어요. 원숭이는 울상이 되어 도망쳤어요.

    ‘내 탓이 아니야. 이렇게 태어난 걸 어떡하라고!’

    호저도 미안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은 아니었나 봐요. 숲속 마을에서 회의가 열렸어요.

    “호저를 어떻게 하지?”

    “가시 때문에 말 붙이기도 겁나.”

    “고슴도치랑은 다르게 호저 가시는 한번 박히면 뽑기도 힘들고 뽑으려고 하면 살 속으로 파고들어서 너무 아파.”

    여기저기서 호저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어요.

    “다른 친구들한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집을 옮기라고 하는 건 어때? 숲 끄트머리로.”

    호저의 가시에 당한 적 있는 너구리가 말했어요.

    “아예 알은척을 하지 말까?”

    여우도 거들었어요.

    가만히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슴이 한마디 했어요.

    “너희들, 혹시 호저 얼굴 자세히 들여다본 적 있어?”

    “그건 왜?”

    “어깻죽지 위로는 가시가 하나도 없어. 얼굴도 얼마나 귀엽게 생겼는데!”

    “그럼 뭐해! 온몸이 가시투성이인걸!”

    “너희가 생각한 것처럼 호저, 그렇게 까탈스러운 친구 아냐. 가시가 있어서 그렇지 알고 보면 착하고 유머 감각도 있어. 말도 제법 잘 통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겪어봤으니까 알지.”

    “치, 우리는 뭐 얘기 안 나눠봤을까 봐?”

    “이야기하는 방법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

    “어떻게?”

    “호저는 뒤에서 인사하거나 큰 소리로 말하면 안 돼. 놀라면 가시가 저도 모르게 곤두서거든. 뭐, 적정 거리를 두고 대화해도 좋고. 그런 것만 주의하면 호저와 함께 지내는 데 크게 무리는 없어.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를 나눠보면 호저도 꽤 매력 있는 친구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어휴,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해?”

    “엄청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호저는 우리 친구야. 그것도 중요한. 마을에 적이 나타나면 아마 호저가 제일 많이 활약할걸?”

    사슴 말이 맞았어요. 지난번에 마을에 침입한 들개가 호저 가시에 혼쭐이 나서 줄행랑친 걸 모르는 친구는 없었어요. 호저에 관한 주의사항이 엄청나게 까다로운 것도 아니었고요. 친구들은 사슴이 일러준 대로 호저를 대하기로 했어요.

    사실은 호저도 나름대로 생각이 많았어요. 본의 아니게 친구들을 힘들게 한 것이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 뒤로 호저와 숲속 친구들은 사이좋게 지냈어요. 친구들과 눈을 마주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호저는 세상 얌전했어요. 맨들맨들해진 가시털은 쓸어주고 싶을 정도였죠. 이제 더 이상 호저가 친구들 앞에서 가시를 세우는 일은 없을 거예요. 마을에 다시 들개가 나타날 때나 볼 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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