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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우리는 하나

2021.10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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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오늘은 새 학기를 맞아 반의 회장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이번 선거에는 후보로 자원한 영재와 지혜 그리고 친구들의 추천을 받은 선유까지 최종 후보가 세 명입니다. 사실 선유는 이번 학기에는 회장 선거에 나가지 않으려 했지만 친구들의 의견도 중요하니 선거에 참여하는 게 좋겠다며 담임 선생님이 권유하셔서 나오게 됐습니다.

    1학기 선거 때 간발의 차로 선유에게 회장 자리를 내준 영재는 초등학교 마지막 학기만큼은 꼭 회장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친구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하거나 간식을 주며 공을 들입니다.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사이에서 미리 써놓은 공약을 보고 또 보던 지혜는 너무 떨려서 공약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혜와 달리 선유는 평온해 보입니다. 영재의 단짝인 민교와 상우는 영재의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물을 떠다주는 등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종이 울리고 드디어 담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습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한 학기 동안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할 회장을 뽑도록 하겠어요. 먼저 회장 후보들의 각오와 공약을 들어봐야겠죠? 누가 먼저 할래요?”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친구들에게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영재가 선생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듭니다.

    “그래요. 최영재 앞으로 나오세요.”

    영재는 씩씩한 걸음으로 나가 친구들에게 인사한 후 준비한 공약을 힘차게 말합니다.

    “여러분! 저는 준비된 회장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회장으로 뽑아주신다면 저는 우리 반을 공부 일등, 체육 일등, 무엇이든 일등을 하는 반이 되게 만들겠습니다. 또 제가 회장이 되면 오늘 바로 치킨을 쏘겠습니다.”

    “와, 대박. 멋지다.”

    “최영재! 최영재! 최영재!”

    영재의 말이 끝나자 박수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영재는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다음은 누가 할래요?”

    지혜와 선유가 동시에 손을 듭니다. 하지만 둘의 눈이 마주치자 선유는 손을 얼른 내리며 말합니다.

    “선생님, 하지혜가 먼저 하고 다음에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요. 하지혜 앞으로 나오세요.”

    지혜는 긴장되는지 한참 심호흡을 하더니 겨우 입을 엽니다.

    “음… 제가 회장이 되면 우리 반을 차별이 없는 반, 바르고 고운 말을 쓰는 반, 웃음이 넘치는 반으로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고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서 여러분의 학교생활이 즐겁도록 돕겠습니다. 저를 꼭 회장으로 뽑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하지혜, 파이팅!”

    지혜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자 선생님은 선유의 이름을 부릅니다. 선유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인사한 후 선거에 임하는 각오와 공약을 차분히 말합니다.

    “저는 많이 부족하지만 여러분의 도움으로 지난 학기 동안 회장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를 다시 뽑아주신다면 항상 여러분의 말에 귀 기울이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이 기쁠 때나 슬플 때 같이 공감하고 한 사람도 외롭지 않도록 모든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초등학생으로서 마지막 학기에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드리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짝짝짝!

    “역시 선유다! 김선유, 파이팅!”

    라이벌 의식을 가진 영재는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선유의 공약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쳇, 별거 없네. 애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저렇게 모르다니, 걱정할 것 없겠어. 이번엔 분명 내가 회장이 될 거야.’

    #2
    공약 발표가  끝나고 곧바로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한 사람씩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습니다. 드디어 투표함을 개봉할 시간. 후보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교실에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합니다.

    “김선유, 김선유, 하지혜.”

    개표가 중반에 이를 때까지도 영재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자 영재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최영재 한 표. 이번에도 최영재.”

    늦게나마 영재를 지지하는 표가 나왔지만 이미 선유가 과반의 표를 얻은 상황이라 결과를 뒤집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영재의 얼굴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자, 투표 결과 최영재 6표, 하지혜 5표, 김선유 19표로 2학기 회장에 김선유가 당선되었어요. 그리고 득표 순서에 따라 최영재가 부회장이 됐어요. 1학기 때와 같네요. 모두 축하해 줄까요?”

    짝짝짝, 짝짝짝!

    “내 말이 맞지? 선유가 회장이 될 거라고 했잖아.”

    선유를 지지했던 친구들은 자신이 회장이 된 것처럼 기뻐합니다. 하지만 영재를 지지했던 친구들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합니다.

    “아, 말도 안 돼. 어떻게 영재가 안 될 수 있어? 난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나도! 왜 또 김선유냐고. 애들이 어디 아픈 거 아냐?”

    그러지 않아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고 있던 영재는 민교와 상우의 말을 들으니 더 화가 치밉니다. 영재를 유심히 지켜보던 담임 선생님은 영재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걱정이 됩니다.

    하굣길. 잘못 건드렸다가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봐 민교와 상우는 영재의 눈치를 살피며 이런저런 말로 위로합니다. 하지만 영재는 아이들이 왜 선유를 좋아하고 잘 따르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고 머릿속이 복잡해 둘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영재야! 잠깐만.”

    그때 뒤에서 누군가 영재를 부릅니다. 돌아보니 선유가 교문 쪽에서 영재를 부르며 뛰어옵니다. 영재는 선유를 보자마자 고개를 홱 돌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로 빠져 선유를 따돌립니다. 따라가던 선유는 영재가 일부러 자신을 피하는 걸 눈치 채고 그대로 멈춰 서서 휴대폰을 꺼내 영재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영재야, 많이 실망했지? 나는 사실 네가 회장이 돼도 좋겠다고 생각했어. 결과가 이렇게 됐지만…. 앞으로 남은 학기 동안 우리 반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자.”

    ‘쳇! 잘난 체하기는.’

    문자를 확인한 영재는 기분이 더 나빠져서 휴대폰을 꺼버립니다.

    다음 날, 담임 선생님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교실로 들어옵니다.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선생님과 상자를 번갈아 봅니다.

    “여러분, 오늘 오전에는 특별활동으로 도미노 게임을 할 거예요.”

    “대박! 진짜 재밌겠다.”

    “아, 난 도미노 싫은데.”

    선생님이 특별활동으로 도미노 게임을 준비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자, 게임의 규칙에 대해 설명할 테니 잘 들어보세요. 먼저 제비를 뽑아서 두 팀으로 나눈 후 팀장을 정하세요. 팀장은 팀원들과 의논해서 다섯 글자로 된 구호를 정하고 세 시간 동안 삼천 개의 도미노로 구호 글자를 만듭니다. 완성된 도미노를 쓰러뜨려 다섯 글자가 모두 쓰러지면 미션 성공입니다.”

    “선생님! 먼저 성공하는 팀이 이기는 거죠?”

    “먼저 하는 것보다 서로 협력해서 주어진 시간 내에 구호를 완성하는 데 더 의미가 있어요. 팀장을 따라 잘 협력해서 두 팀 모두 잘 해내기를 바라요.”

    선생님의 설명이 끝난 후 곧바로 제비뽑기로 팀을 정합니다. 공교롭게도 회장인 선유와 부회장인 영재가 각 팀의 팀장이 됐습니다. 선유가 영재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영재야, 우리 두 팀 다 꼭 성공하자. 파이팅!”

    그러자 영재는 선유가 내민 손을 툭 치고 정색하며 대꾸합니다.

    “내 걱정 말고 너나 잘해.”

    선유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팀원이 모인 곳으로 갑니다. 도미노 게임만큼은 꼭 이겨서 선유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싶었던 영재는 교실을 쭉 둘러보고는 입꼬리가 씰룩 올라갑니다. 동작이 빠른 친구들 대부분이 다 영재의 팀에 뽑힌 반면, ‘나무늘보’라는 별명을 가진 규빈이가 선유 팀에 뽑혔기 때문입니다.

    #3
    선유네 팀은 구호를 ‘우리는 하나’로, 영재네 팀은 ‘최고가 되자’로 정한 후 본격적으로 도미노를 세웁니다. 선생님은 두 팀 사이를 오가며 휴대폰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습니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영재는 팀원들에게 작전을 지시합니다.

    “잘 들어. 우선 한 사람당 도미노를 200개씩 나눠 가진 다음에 최대한 빠르게 글자를 만들어. 200개를 다 세운 사람은 아직 못한 사람을 도와 줘. 무조건 빨리 해야 해. 쓰러뜨리지 않게 조심하고! 자, 시작하자.”

    영재는 선유를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초조해져 자신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지시합니다. 세부적인 계획이 없다 보니 얼마 못 가 결국 문제가 터집니다.

    “야, 김미나! 저리 비켜. ‘최’자는 내가 만들 거거든.”

    “아, 짜증나! 야, 이민교! 내가 먼저 앉았잖아.”

    이미 자리에 앉아 도미노를 쌓기 시작한 미나는 자리를 옮기라는 민교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상우가 미나가 세워 놓은 도미노를 일부러 쓰러뜨리면서 거듭니다.

    “너 바보냐? 제일 어려운 글자니까 민교랑 내가 만들어야지. 너같이 느려터진 애가 하다가 우리 팀이 지면 네가 책임질 거야?”

    “뭐라고? 말이면 다야?”

    화가 잔뜩 난 미나는 팀장인 영재를 흘겨봅니다. 영재는 좀 난감했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서 민교와 상우 의견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미나. 팀이 이기기 위해선 어쩔 수 없잖아. 네가 팀을 위해서 양보해.”

    “진짜 너무한다. 쟤들이랑 친하다고 이 상황에서도 저 애들 편만 들고.”

    마지못해 자리를 옮긴 미나는 집중을 못하고 계속 도미노를 쓰러뜨립니다. 게임을 시작한 지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때 영재와 민교, 상우는 두 글자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팀원은 도미노를 세웠다 쓰러뜨리는 걸 반복하며 영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영재가 화를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합니다.

    “아, 왜 이렇게 못해?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발로 해도 너네보다 잘하겠다.”

    “야!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히 도미노를 세우던 진우도 영재의 말에 감정이 격해집니다.

    “내 말이…. 그렇게 맘에 안 들면 자기들끼리 다 하든지.”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도미노를 세우고 있던 미나의 말에 민교가 또 돌직구를 날립니다.

    “쟤 좀 봐라. 하는 걸 보니 또 쓰러뜨리겠네.”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도미노를 세우던 미나가 민교의 말에 평정심을 잃고 맙니다. 미나가 홱 몸을 돌리는 순간, 손끝으로 도미노를 건드리는 바람에 혜정이가 세워놓은 글자까지 와르르 무너집니다. 다들 할 말을 잃고 쓰러진 도미노를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잠시 흐르던 정적을 깬 사람은 상우입니다.

    “야, 김미나! 너 진짜 민폐다, 민폐.”

    상우의 비난에 미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입술을 부르르 떱니다. 그리고 도미노를 한 움큼 집어서 상우가 세운 도미노를 향해 던집니다. 공들여 세운 도미노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팀원들은 망연자실합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선생님은 영상 촬영을 중단합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잘잘못은 나중에 가리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떻겠니?”

    선생님의 권유에도 민교는 씩씩대며 미나를 노려봤고, 상우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꿎은 도미노만 툭툭 집어 던집니다. 다른 아이들도 선생님 말씀에 묵묵부답입니다. 선생님은 팀장인 영재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팀원들과 의논해서 알려달라고 합니다.

    그러는 사이 옆에서 “와” 하는 탄성과 박수가 쏟아집니다. 선유네 팀이 도미노를 완성했다는 것을 눈치챈 영재가 말합니다.

    “선생님, 저희는 그냥 포기할래요.”

    이미 승부가 났으니 다시 도전해 봐야 의미가 없다고 체념한 목소리입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음, 여러분 결정을 존중할게요. 결과는 안타깝지만 오늘 경험을 통해 분명 깨달은 것이 있을 거라 믿어요.”

    영재는 또 선유에게 졌다는 것이 화가 납니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게 너무 억울해서 팀원들이 원망스럽습니다. 민교와 상우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댔고 미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만 쳐다봅니다.

    “속상하겠지만 선유네 팀이 성공했으니 함께 축하해 줘요. 자, 다들 일어나세요.”

    풀 죽어 앉아 있는 영재네 팀원을 선생님이 한 명씩 일으켜 세우자 하나둘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선유네 팀 자리로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여러 색이 멋지게 어우러진 ‘우리는 하나’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다들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팀장인 선유가 맨 앞의 도미노를 쓰러뜨리자 촤르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삼천 개의 도미노가 연쇄적으로 쓰러지며 선명하게 글자가 나타납니다. 중도에 끊어지지 않고 마지막 도미노가 쓰러지면서 ‘성공’이라 쓰인 깃발이 솟아오르자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4
    종례 후, 선생님은 선유네 팀원에게 교실 청소를 마치면 먼저 귀가하라고 당부하고 영재네 팀원에게는 보여줄 것이 있다며 따라오라 합니다.

    “지금부터 두 팀이 도미노 게임 할 때 촬영한 영상을 보여줄 거예요. 먼저 여러분 팀의 영상을 보고 난 후 선유네 팀 영상을 보도록 할게요.”

    영상이 시작되자 긴장하고 있던 아이들은 화면 속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쑥스러운 듯 키득키득 웃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다들 표정이 심각해집니다. 서로 다투고 비난하고 질책하더니 욕설을 내뱉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화면에 잡혔기 때문입니다.

    영상을 지켜보던 아이들 얼굴이 붉어집니다. 영재는 팀장으로서 팀원을 잘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팀원에게 화내고 짜증 내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창피합니다. 미나도 화를 참지 못하고 게임을 망쳐버린 게 너무 후회되고 친구들에게 미안합니다. 민교와 상우는 여전히 미나를 탓하며 툴툴거립니다.

    화면이 선유네 팀으로 바뀌자 상대팀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던 아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영상에 집중합니다. 선유네 팀원들은 게임이 시작되자 둥글게 모여 작전 회의를 합니다. 선유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얘들아, 세 시간이면 도미노를 완성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니까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긴장하지 말고 침착하게 하자.”

    “맞아. 도미노 하나씩 세울 때마다 이렇게 심호흡을 하면 도움이 될 거야.”

    재석이가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하며 좀 과장되게 시범을 보이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습니다.

    “침착하긴 해야겠지만 너무 여유 부리다 지면 어떡해.”

    “지면 좀 어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거잖아. 영재네 팀이 이겨도 좋고. 다 같이 성공하면 더 좋겠지?”

    “우리가 만들어야 할 글자가 다섯 글자잖아. 세 명씩 다섯 조로 나눠서 한 글자씩 만들면 어떨까?”

    “와! 그거 좋은 생각인데? 역시 지혜는 지혜로워.”

    선유가 엄지를 추켜세우며 지혜를 칭찬하자 다른 아이들도 박수를 치며 지혜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때 규빈이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조심스레 입을 엽니다.

    “어, 저기… 내가 너무 느려서 우리 팀에 피해를 줄 것 같아서 말이야.”

    “걱정 마, 규빈아. 속도는 조금 느리더라도 너처럼 침착하면 오히려 실수 없이 더 잘할 거야.”

    선유의 말에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규빈이는 친구들의 격려에 안도의 숨을 쉬며 자신감을 얻은 듯합니다. 자기와는 달리 친구들을 격려하고 칭찬으로 팀을 이끄는 선유의 모습을 지켜보던 영재는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그때까지 순탄하게 도미노를 잘 세우고 있던 선유네 팀원들이 일제히 으악 하고 소리칩니다. 실수로 도미노를 쓰러뜨린 아영이는 하얗게 질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눈을 질끈 감습니다. 팀원들의 시선이 쓰러지는 도미노에 꽂힙니다. 다행히 글자 사이를 연결하지 않아 일부만 쓰러졌습니다. 선유가 아영이 자리로 가서 쓰러진 도미노를 주워 담으며 말합니다.

    “괜찮아, 아영아! 그럴 수 있어. 다시 하면 돼. 시간은 충분하니까.”

    “그럼. 다행히 한 글자만 무너졌네. 많이 놀랐지, 아영아.”

    지혜는 꼼짝 않고 서 있는 아영이의 등을 토닥입니다.

    “우리가 하던 거 거의 완성했으니까 다 하면 도와줄게.”

    인성이와 온유는 아영이를 안심시키며 남은 도미노를 세우는 데 집중합니다. 아영이는 친구들의 위로에 눈물이 핑 돕니다.

    “고마워. 다시 실수하지 않도록 좀 더 차분하게 할게.”

    선유가 웃으며 친구들을 응원합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다 함께 힘내자!”

    #5
    자기 팀 영상을 볼 때만 해도 모든 것이 미나 때문이라던 민교와 상우도 상대팀의 영상을 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손톱만 만지작거립니다. 영상이 다 끝나자 하나같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선생님이 웃으며 말합니다.

    “여러분 표정을 보니 다른 말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영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어렵게 입을 엽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팀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우리 팀이 도미노를 실패한 건 전부 부족한 제 탓입니다.”

    영재가 사과하자 팀원들이 깜짝 놀랍니다. 지금까지 영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팀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는데 오히려 비난하는 말로 상처를 주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팀원들도 자리에서 하나둘 일어납니다.

    “아닙니다. 팀장보다는 제 잘못이 큽니다. 화가 난다고 팀에 피해를 주고 게임을 망친 건 접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미나는 눈물을 흘리며 사과합니다. 민교와 상우도 미나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저도 잘못했습니다. 잘난 체하고 말도 함부로 했습니다. 특히 미나에게 너무 심하게 말했습니다. 정말 미안해, 미나야.”

    “나도 미안해. 대놓고 무시하고 못된 말로 상처 줘서. 내가 그런 말을 들었다면 나는 너보다 더 화냈을 거야.”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친구들의 모습에 나머지 팀원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여러분은 오늘 도미노 게임에서 이기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교훈을 얻은 것 같군요.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의미로 함께 박수쳐 볼까요?”

    짝짝짝!

    선생님이 먼저 박수를 치자 아이들도 따라 치며 서로 손을 잡고 토닥여 줍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영재의 휴대폰 문자 알림이 울립니다. 선유에게서 온 문자입니다.

    “영재야, 오늘 많이 힘들었지? 나도 팀장으로서 부담이 많이 되더라. 수고 많았어!”

    선유의 문자를 확인한 영재는 잠시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서 답장합니다.

    “도미노 성공한 거 축하해. 그동안 부회장으로서 협조도 잘 안하고 힘들게 해서 미안했다. 앞으로 잘해보자, 회장!”

    전송 버튼을 누른 후 영재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 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뛰어가는 영재의 발걸음은 하늘을 날 것처럼 경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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