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에는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중 뇌 깊숙이 자리한 편도체, 시상하부 등은 불안, 공포, 긴장 등 부정적 정서와 본능을 다루기 때문에 즉각 반응하는 편이다. 반면 뇌의 바깥쪽 대뇌피질에 가까운 영역은 즐거움, 만족, 행복 같은 긍정적 정서를 다루는데, 후천적으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은 애쓰지 않아도 쉽게 느낄 수 있지만, 밝고 긍정적인 정서는 반복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가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억의 원리도 이와 같다. 나쁜 기억은 강렬하게 각인돼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자주 떠오르지만, 좋은 기억은 근래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어느새 희미해져 아스라할 때가 많다. 이런 이유로, 좋은 기억을 오래도록 선명히 간직하려면 끊임없이 반추하며 뇌에 새기는 수밖에 없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누추한 죄악의 순간들은 부러 잊으셔서 다시는 기억하지 않으시고, 지극히 평범한 선행이나 순종을 아름답고 귀하게 기억하신다. 떠올리지 않기 위해, 기억에 새기기 위해 무진히 애를 쓰신다. 하나님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다면 하나님께서 근심하실 일은 멀리하고 기뻐하실 일만 행하면 된다. 하늘 부모님께서 흡족히 들여다보실 기억의 공간에 고요히 닻을 내리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