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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멀리

2024.01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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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에서 깬 지 다섯 달밖에 되지 않은 큰뒷부리도요 한 마리가 어른 철새들이 세운 무착륙 장거리 비행 기록을 깼다. 미국 알래스카를 출발해 오스트레일리아 남부까지 무려 1만 3560킬로미터를 11일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간 것. 연구자들은 어린 새가 이토록 멀리 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체내에 충분히 축적된 지방 에너지를 꼽았다.

    물갈퀴가 없어 비행 도중 먹이를 찾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바다 위에 착륙할 수 없는 큰뒷부리도요는 장거리 여행 전에 확연한 몸의 변화를 겪는다. 위장, 콩팥, 간 등의 장기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그 자리에 지방을 비축하는 것이다. 기록을 세운 어린 큰뒷부리도요는 다른 새들보다 더 오래 극지방에 머물며 넉넉하게 저장한 지방 때문에 수분과 영양의 결핍 없이 장거리를 한 번에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새의 몸은 날기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벼운 깃털로 뒤덮인 날개, 비어 있는 뼈, 무거운 이빨을 대신한 부리와 모래주머니, 폐와 연결된 5∼6개의 공기주머니, 배설물을 그때그때 배출하는 소화기관까지 온몸을 비우고 가볍게 해 곧장 무리 없이 날 수 있다. 여기에서 평소보다 더 높이, 멀리 날려면 큰뒷부리도요처럼 다른 장기들의 크기까지도 줄인다. 그 대신 지방처럼 채울 것은 확실히 채우고 단련할 것은 확실히 단련한다. 단련 부위는 전체 몸무게의 25∼35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발달한 날개 팔뼈 주변과 가슴 근육이다. 이 근육에 단단하게 힘이 붙어야 엄청난 공기 저항을 뚫으며 날갯짓해 목적지까지 지치지 않고 날 수 있다.

    새해가 밝았다. 하늘 본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영적 목표에 비추어 내 영혼을 무겁게 가라앉히는 두려움, 고집, 미움, 불만이 있다면 다 비우고 사랑과 감사, 믿음의 에너지를 가득가득 채워보자. 고난과 역경을 견딜 믿음의 근육도 날마다 강하게 단련하자. 복음의 연륜이 짧다고 물러설 것 없다. 어린 새도 해냈다. 에베레스트산을 넘는 새들보다 높이, 대양을 가로지르는 새들보다 멀리 날아가 온 세상에 하나님께서 친히 사랑과 은혜의 손길로 베푸시는 구원을 담대히 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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