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채리
엄마는 어린 시절 엄청 게을러서 언니들에게 날마다 핀잔을 들었다고 합니다. 집안일 돕기는 고사하고 등교 시간이 임박해서야 겨우 일어날 정도였다고요.
어렸을 때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마는 이 세상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세심합니다. 몸이 약한 저를 위해 늘 건강식으로 아침 밥상을 차리고, 늦잠을 잔 날에도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면서 주먹밥이나 샌드위치를 은박지에 싸서 가방에 넣어주셨습니다.
엄마와 떨어져 혼자 살기 시작한 후로 아침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거르는 날이 많습니다. 엄마는 어떻게 매일 아침 따뜻한 밥과 국, 몸에 좋은 반찬들을 준비한 걸까요? 하루쯤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날에도 딸의 건강을 위해 새벽밥을 지으셨겠지요. 오늘은 괜히 주먹밥을 은박지에 싸서 먹었습니다. 엄마가 많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