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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

2023.07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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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로세로 각각 19개의 선이 만든 361개 교차점 위에 검은 돌과 흰 돌을 번갈아 놓으며 각자의 집을 짓는다. 42×45센티미터의 판 위에서 예측 불허한 두뇌 싸움이 펼쳐지고, 최종적으로 집을 많이 만든 쪽이 승자가 되는 대결, 바둑이다.

    바둑의 묘미는 대국 자체에도 있지만 승부가 갈린 후까지 이어진다. 대부분의 바둑기사들은 손에 땀을 쥐는 대국을 끝내고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복기’를 위해서다. 상대와 함께 첫수부터 마지막 수까지 모든 착점을 순서대로 재현한다. 복기는 과정과 목표를 돌아보는 ‘회고’, 원인을 찾아내는 ‘반성’, 실수를 하지 않을 규칙을 만드는 ‘탐구’로 채워진다. 치열한 복기를 거듭해야 실력이 향상된다는 데에 동의하기 때문에 승자나 패자나 최선을 다한다.

    물론 패자의 가슴은 몹시 쓰리다. 어느 프로 바둑기사는 패배 후 복기에 대해 ‘상처를 헤집는 고통이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이길 준비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고가 되기까지 자신의 치부를 들추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복기의 시간을 무수히 견딘 것이다.

    믿음의 승리를 이루기까지 끊임없는 신앙의 복기도 있어야 한다. 지금껏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왔는데도 성품이 다듬어지지 않았거나, 복음의 결실을 기대만큼 거두지 못했다면 지난 믿음의 길에서 원인을 찾고,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심령이 상하고 아프더라도 그 과정을 거쳐야 신의 성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고, 하나님 기뻐하시는 믿음의 경지에도 빨리 이를 수 있다. 날로 새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뿌듯함과 함께.


    하나님의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치 아니하시리이다_시 51편 1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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