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출근할 때 늘 엄마표 도시락을 챙겨갑니다. 하루는 도시락을 준비하시는 엄마를 도왔습니다. 메뉴는 유부초밥이었지요. 엄마가 미리 간해놓은 밥을 촉촉한 유부 주머니에 끼워 넣었습니다.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혼잣말하듯 중얼거렸습니다.
“이렇게 같이 도시락 싸니까 너 유치원 때 일 생각난다.”
“무슨 일?”
“너 일곱 살 때였나, 소풍날 너한테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봤거든. 김치볶음밥이랑 오이장아찌가 먹고 싶다길래 그대로 싸줬지. 그런데 네가 소풍 갔다 와서 ‘엄마, 고마워’, ‘진짜 고마워’, ‘너무 고마워’, ‘정말 정말 고마워’ 이 말을 종일 하는 거야. 나 참, 그게 뭐라고 얼마나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나던지.”
당시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그 일은 제게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엄마의 이야기에 조금 더 살을 보태자면, 저는 엄마에게 ‘김치볶음밥은 밥알 사이사이에 치즈가 늘어나게 해주고, 오이장아찌는 달게 해서 작은 크기로 썰어 달라’고 했었지요.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친구들과 나눠 먹었는데 친구들이 “하진이 도시락 진짜 맛있다”고 극찬했습니다. 기분이 날아갈 듯했습니다. 제 말대로 도시락을 싸준 엄마에게 정말 고마워서, 그 마음을 듬뿍 담아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인데 엄마는 그 말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합니다.
나이를 먹고 몸이 자라면서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원하는 대로 엄마가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제가 바라는 방향에서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마치 엄마가 잘못한 것처럼 투덜거렸습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는 어린아이와 같았지요. 겉으로는 성장했지만,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 줄어든 겁니다.
엄마를 사랑하는 방법,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일곱 살의 제게 새삼 배웠습니다. 앞으로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할 때만큼은 일곱 살로 돌아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