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청년이 된 새내기 대학생입니다. 자유로운 대학 생활은 고교 시절 저의 로망이었고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와 씨름하던 시간을 견디게 해준 힘이었습니다. 전공 서적을 들고 교정을 거니는 ‘캠퍼스 라이프’만큼 기대했던 것이 또 있습니다. 시온 식구들이 결성한 대학 동아리에서 청년들과 함께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동아리 활동에 대한 은혜로운 시온의 향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대와 설렘을 품고 개강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입학과 동시에 모든 것이 물거품 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청년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시온의 향기도 나누고 복음의 이야기꽃을 피울 거라 기대했던 동아리 모임도 온라인 활동으로 바뀌었습니다. 너무 아쉬웠습니다. 상상과 정반대로 펼쳐진 현실에 고교 시절 저를 지탱해 주었던 기대감도, 활활 불타던 열정도 모두 사그라졌습니다.
오랜만에 대면 수업이 진행되던 날,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부랴부랴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날따라 학교로 곧장 가는 버스가 늦게 오는 바람에 다섯 정거장이면 갈 거리를 스물일곱 정거장이나 돌아가는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버스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처음 보는 낯선 시골길로 향했습니다. 잠도 안 오고 별로 할 일도 없어서 생각 없이 창밖을 쳐다보았습니다. 하천 주변으로 시골집 몇 채와 흙길이 보였습니다. 진돗개와 작은 텃밭이 보이든 등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늘 높은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만 보다가 정겨운 시골 풍경을 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버스에 오를 때는 하루가 꼬여버린 줄 알았는데, 버스에서 바라본 차창 밖 풍경은 제게 여유로움을 선물해주었습니다. 고속도로로 갔다면 여유로운 감정은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지금의 상황을 허락하신 데도 뜻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예전처럼 캠퍼스를 자유롭게 거닐지 못하고 소통하기도 어려운 시기지만, 반대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온라인 모임을 통해 식구들과 더 자주 모일 수 있습니다. 모임의 모습이 달라졌을 뿐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형제자매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낍니다.
처음에는 비대면 시대가 낯설고 불편해 한숨만 나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진 환경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으며 의미 있고 복된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어느 길로 가든지 축복 주심을 믿고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길을 감사로 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