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처음 겪는 상황, 처음 지키는 제도와 규칙 속에 생활 전반이 달라졌다. 그러면서 필수품 중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물건이 있으니, 바로 마스크다.
마스크를 쓰면 불편한 점이 많다. 코와 입을 막아 답답하고 특히 여름에는 더위가 가중된다. 마스크를 쓴 채로 말하거나 뛰면 숨이 차고, 안경을 착용하면 금세 눈앞이 뿌예진다. 그럼에도 외출 때마다 반드시 챙겨야 한다. 여러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이유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마스크가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느껴진 일이 있었다. 작년 10월, 대학교와 가까운 시온으로 소속을 옮겼을 때다. 그 첫날, 나는 새로운 형제자매를 만난다는 설렘에 한껏 들떴다. 시온에 들어서자 다들 알던 사이처럼 반갑게 맞아줬다. 고마움과 동시에 나도 빨리 이 속에 녹아들고픈 마음이 들었다. 얼굴과 이름을 익혀서 앞으로는 내가 먼저 인사하고 알은체해야겠다는 각오로 눈을 반짝이며 식구들을 바라봤다.
아, 미처 생각 못한 것이 있었다. 방역의 선봉장, 마스크였다. 나는 식구들의 눈과 체격 정도밖에 볼 수 없었다. 내 야심찬 계획이 벌써 삐걱거리는 듯했다. 식구들과 만나 통성명을 하고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스타일을 다르게 한 식구와 마주치면 누구인지 식별(?)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 자매님들과 온라인으로 진리 발표를 할 때가 되어서야 온전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처음 얼마간 온라인에서 자매님들과의 인사말은 “이렇게 얼굴 보는 거 처음이네요!”였다.
마스크 때문에 식구들 얼굴을 익히는 것은 더뎠지만 새롭게 느낀 것이 있다. 마스크는 상대방 눈에 집중하게 한다. 덕분에 마음의 창인 눈에 담기는 상대방의 감정이 더욱 잘 헤아려진다. 마스크는 얼굴의 절반을 가려버렸지만 애정 어린 눈빛까지 가리지는 못했다. 자매님들은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웃어주고, 다가와 인사해주었다. 타지에서 온 나를 살갑게 대하며 밥은 잘 먹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살펴주기도 했다. 또 기쁜 일이 있으면 나보다도 더 기뻐하고 넘치는 응원도 보내주었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주고, 나도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이들이 곁에 있음에 감사했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틈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식구들의 세심한 배려와 사랑 덕분이었다. 이미 눈에서부터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드러나고, 사랑하는 형제자매라는 사실이 느껴지는데 마스크가 대수일까.
코로나19는 우리의 많은 것을 바꿨지만 하늘 가족의 우애는 변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활 방식에 변화가 생겨도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로 살리신 내 형제자매를 온 마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도 웃으며 인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