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희
밭에서 김장에 쓸 배추를 살피는데 끼룩끼룩 요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한반도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머나먼 북쪽에서부터 날아온 기러기 떼였다. 청명한 늦가을 하늘을 V자 모양으로 나는 기러기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는데 무리의 선두에 있던 기러기가 갑자기 맨 뒤로 날아가더니 대열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뒤처진 기러기 주변을 맴돌았다. 마치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응원하듯 날개를 더욱 파닥였다. 잠시 후 두 기러기는 대열에 합류했고 완전한 V자를 만들며 하늘 저편으로 날아갔다.
믿음의 광야에서 한 자녀도 뒤처지지 않도록 이끄시는 하나님이 그려졌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 하신 가르침도 떠올랐다. 친히 본보이신 사랑의 도를 가슴 깊이 새기며 형제자매를 내 몸같이 아끼고 아픈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