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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혁
안식일 저녁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집 앞에서 휴대폰을 하나 주웠습니다. 휴대폰 주인이 잃어버린 줄 알면 전화할 거라는 생각에 집으로 가져왔는데, 집 정리를 하느라 깜빡 잊었습니다. 밤 12시가 다 된 무렵에야 화면을 켜고 확인해보니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가 수차례 와 있었습니다. 휴대폰이 무음으로 되어 있어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조금 지나 ‘맘’이라는 창이 뜨더니 전화가 왔습니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자 낯선 남자 목소리에 당황한 아주머니 음성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오해를 풀어드리고, 멀리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아닌지라 제 위치를 알려드렸지만 아주머니는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지도를 검색해보라고 권해도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했고요. 제가 주운 휴대폰은 아주머니의 고등학생 딸의 것이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는 딸이 걱정되어 수차례 전화를 했는데 계속 연락이 닿지 않다가, 겨우 연결된 전화에서 낯선 남자의 음성이 들리니 아주머니는 딸이 위험에 처했다고 확신한 듯 보였습니다. 휴대폰을 찾으러 올 때까지 아주머니와 통화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찾으러 황급히 집을 나선 아주머니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딸 친구의 부모님을 우연히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친구 부모님이 대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휴대폰을 찾으러 저희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휴대폰을 찾으러 오면서도 연락이 닿지 않는 딸 걱정에 아주머니는 연신 ‘어떡해’를 반복하며 울먹였습니다. 다행히 딸 친구가 늦게나마 연락해서 아주머니의 딸이 친구들과 함께 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잠시 후, 만나기로 한 장소에 아주머니를 태운 경찰차가 도착했습니다. 휴대폰을 건네는 나를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온몸을 떠는 아주머니를 대신해 딸의 친구 부모님이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아주머니의 표정과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해드리지. 집에서 걱정하는 엄마 생각은 왜 안 하는 걸까?’
아주머니 딸의 미운 모습에 한숨을 내쉬다 멈칫했습니다. 하늘 어머니의 안위와 걱정은 생각지 않고 즐거움을 좇던 제 모습이 생각나서였습니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라고 하지요. 그간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매일매일 드리지 못했던 연락을 기도로 드리려고 합니다. 잃은 자녀를 다 찾기까지 쉬지 못하시는 하늘 어머니께 조금이나마 위로와 위안이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