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정
햇빛이 잘 드는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전에 살던 집은 낮에도 어두침침해 전등을 켜고 생활했기에 햇빛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습니다. 집 안 곳곳이 밝아서인지 가구도 화사해 보였지요. 친구들이 “가구가 달라 보이네”, “이제야 빛을 보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창문 가득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좋아 콧노래를 부르던 어느 날, 뽀얗게 내려앉은 먼지와 여기저기 묻은 손자국, 크고 작은 얼룩이 제 눈에 확 띄었습니다. ‘조금 전에 청소했는데 왜 이렇지? 제대로 안 했나?’ 하며 살펴보았습니다. 청소하는 솜씨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이상하다 싶었지요. 그 이유는 바로 햇빛이었습니다. 먼지나 얼룩이 환한 빛 아래서 적나라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청소를 다시 하며 제 영혼을 돌아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지’ 하며 안주하는 믿음의 이면에 가려진 얼룩을 생각하니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하나님의 찬란한 영광의 빛 아래 모든 것이 드러날 때 부끄럽지 않도록 제 영혼의 먼지와 얼룩을 부지런히 닦아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