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Menu

깨달음

문안 인사

2020.11840
  • 글자 크기



  • “어, 우리 딸. 잘 잤어?”

    오늘도 기다렸다는 듯이 연결 신호음이 들리자마자 전화를 받으시는 엄마.

    “응, 엄마도? 밤새 안 더웠어요? 아침은 뭐 드셨어요? 오늘은 뭐 하실 거예요?”

    연세가 구십이 다 되신 엄마는 매일 아침 막내딸의 전화를 받으면 늘 저의 안부를 먼저 물으십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딸의 목소리만 들어도 이리 좋아하시니 그동안 가끔 드렸던 안부 전화는 어느새 날마다 드리는 아침 문안 인사가 되었습니다.

    엄마와 매일 통화하게 된 것은 두 달 전부터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에 놀란 엄마가 육 남매에게 돌아가며 전화를 하신 것이 계기였습니다. 밖에 나가지 마라, 손 자주 씻어라, 마스크 써라….

    엄마의 걱정에 자녀들은 “연로하신 엄마가 더 위험하니 엄마나 조심하세요” 하며 구십 노모의 걱정 어린 당부를 흘려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의 안전을 생각해 외출은 물론, 왕래하던 친구분들과 만나는 일도 피하라고 몇 번이나 권했습니다. 엄마를 위해서라도 집에만 계시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집에 혼자 계시면 얼마나 갑갑하고 적적하실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안부나 여쭈려고 전화를 드린 날, 너무나 반가워하시던 엄마의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습니다. 점점 건성건성 대답하다 살짝 짜증이 났습니다. 엄마가 눈치를 챘는지 금방 전화를 끊고서야 아차 싶었지요. 금이야 옥이야 키워주셨는데 그 정도 이야기도 못 들어드리는 딸이라니…. 곧장 차를 몰고 엄마에게 달려갔습니다.

    “엄마! 나 왔어. 막내딸 왔지요.”

    한 시간 전에 통화한 딸이 갑자기 들이닥치니 엄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습니다. 엄마와 점심을 먹고 집 앞 공원에서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다음 날부터 아침 문안 전화를 꼬박꼬박 드렸습니다. 한평생 막내딸을 사랑한 엄마께 드리는 작은 효도 선물이라 생각하면서요.

    “막내야, 너무 고맙다. 엄마는 뭐 사 오고, 다른 거 해 오는 것보다 이렇게 전화 자주 해주는 게 제일 좋아.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인생의 반 이상을 저의 엄마로 살아오신 분. 낳는 순간부터 잠시도 당신의 품에서 놓지 않으시고 늘 제 안위를 살피셨던 엄마께 이제야 효도하겠다고 겨우 아침저녁 전화드리는 것뿐인데, 엄마는 오늘도 제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없어도 매일 딸의 목소리를 들으며 무탈한 것에 안심하시는 엄마. 내일도 모레도 내년에도 하루의 시작과 끝에 문안 인사를 드리리라 다짐하다가 일평생 저를 위해 기도하신 또 한 분, 하늘 어머니가 떠올라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오직 자녀만을 위해 살아오신 하늘 어머니께 무엇으로 효도할까 생각하다 매일 문안 인사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너무 소소한 실천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작은 마음일지라도 기뻐해주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오늘도 두 손을 모아봅니다.

    “어머니, 오늘은 평안하신지요. 항상 저와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 보기
    뒤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