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
집 앞마당에는 심은 지 7년 정도 된 대추나무가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풍성한 열매로 마음을 기쁘게 하는 나무다. 대추나무는 봄에 싹이 움트기 시작하면 가시가 억세지기 때문에 그 전에 불필요한 가지를 손질해야 한다. 올해도 제멋대로 자란 가지를 위에서부터 정리했다. 작업을 마치고 보니 잘라낸 가지의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뒷산에 있는 나무 수거장까지 운반하려고 가지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팔로 안았다. 부피가 커서 한 품에 다 들어오지 않았지만 두 번 왕복하기에는 애매한 양이라 억지로 끌어안았더니 가시가 손과 팔, 가슴을 마구 찔러댔다. 가시에 찔리며 산을 오르다 불현듯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가시면류관을 쓰시고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시는 하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아버지 머리를 짓눌렀던 가시면류관의 아픔과 손과 발을 관통했던 대못의 묵직한 통증은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의 고통보다 자녀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신 하늘 아버지의 사랑이 뼛속 깊이 사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