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선물해 준 긴 원피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살구색의 단아한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드는 원피스였지만 늘 바쁜 일상을 보내는 저로서는 입을 일이 거의 없어서 몇 년째 장롱 속에 고이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동네 수선집에 맡겨 길이를 싹둑 자르면 블라우스 형태의 옷으로 바뀌어 일상복으로 입어도 좋고, 장신구를 센스 있게 매치한다면 결혼식에 갈 때 입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멀쩡한 옷을 비용까지 들여가며 수선하는 게 괜한 일을 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입지도 않고 장롱 속에 보관만 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잘라냈더니 생각했던 대로 유용하게 입을 수 있게 되어 마음이 참 흐뭇해졌습니다.
그 순간 번개처럼 제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다 버리지 못한 옛사람의 내 모습과, 연합과 화합을 막는 내 고집과 교만을 싹둑 잘라내 버린다면 나도 새사람으로 변화되어 하나님께 일꾼으로 쓰임 받기에 좋아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드릴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에 이르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변화된 내 모습을 기뻐하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금부터라도 교만과 고집을 싹둑 잘라내야겠습니다. 그래야 기쁨만이 넘치는 하늘 본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