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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하늘 부모님의 마음

2025.03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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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가 되지 않고는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없다고 하지요. 자녀가 없는 저로서는 영의 부모님이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조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두 살배기 처조카를 혼자 돌볼 일이 생겼습니다. 조카와 무엇을 할까 궁리하다가 집 근처 백화점에 어린이 놀이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말을 듣고 그리로 향했습니다. 도보로 10분 거리여서 금방 걸어가겠다 생각했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아직은 세상이 신기한지 조카는 가다가 낙엽만 봐도 주워서 가지고 놀고, 신기한 것이 있으면 만져보고, 의자가 있으면 앉아서 과자를 까먹었습니다. 빨리 가자고 재촉해도 느긋느긋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며 천천히 걸었고 심지어 반대 방향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위험해서 손을 잡거나 안고 가려 했지만 조카는 싫다며 제 손을 뿌리쳤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행동을 통제하려 하면 “싫어요!” 하고 외쳤습니다.

    10분에 올 거리를 40분 동안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조카는 백화점 안에서도 신기한 것들이 많은지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혹시나 조카가 다칠까 염려되어 조카한테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밥을 먹을 때에도 흘리지 않을까, 음식물이 목에 걸리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였습니다. 걱정하는 제 마음도 모른 채 여기저기 신나게 돌아다니는 조카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제가 필요할 때마다 달려오는 조카를 보면 미워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조카가 넘어졌습니다. 차라리 제가 다쳤으면 괜찮았을 텐데, 그 작고 여린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고, 조카를 더 살피지 못한 제 자신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집에 와서 하루를 돌아보다 문득 하늘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천국 가는 길에서 저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세상의 더러운 때를 묻히기도 하고, 바른길로 인도하시려 하나님께서 주신 계명과 율법을 통제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 믿음의 걸음에 맞춰 곁에서 늘 함께 걸어가 주시는 하늘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항상 제 영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하늘 어머니께서 제 영혼이 상처를 입었을 때 얼마나 마음 아파하셨을지도 헤아려졌습니다.

    이제 하늘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장성한 믿음을 갖추고, 형제자매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나누며 천국으로 함께 나아가는 자녀가 되겠노라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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