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동전을 십 원 단위까지 모으는 친구가 있었는데 많이 모아도 천 원이 안 되었다.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내가 속한 아세즈(ASEZ, 하나님의교회 대학생봉사단)에서 거리정화 활동을 한다고 했다. 오랜만에 이뤄지는 대면 활동이라 기대도 있었지만, 솔직히 거리를 청소한다고 정말 깨끗해질지 의문이었다. 곳곳에 보이는 쓰레기들은 청소를 시작도 하기 전에 내 사기를 꺾어 놓았다. 보도블록 사이사이에 껴 있는 담배꽁초, 덤불에 깊숙이 박힌 물병, 담벼락마다 붙어 있는 오래된 광고지들…. ‘아무리 열심히 줍고 치운다고 완벽하게 거리가 정화될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나와는 달리 회원들은 시작하기 전부터 준비된 쓰레기봉투를 다 채우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한 회원은 몇 분 동안 한곳에 멈춰 담배꽁초를 줍는 데 집중했고, 덤불 속으로 들어가 숨겨진 쓰레기를 찾아내는 회원들도 있었다. 이 거리의 쓰레기란 쓰레기는 모조리 치우겠다는 집념 속에 거리는 점점 깨끗해졌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모두 마음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애초에 안될 거라는 생각만 했던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회원들에게 미안했다. 이대로라면 짐만 되겠다는 생각에 담배꽁초도 줍고 담벼락 쪽에 숨겨진 쓰레기도 열심히 주웠다.
바람에 힘없이 나부끼던 쓰레기봉투는 어느새 두 사람이 함께 들어야 할 만큼 묵직해졌다. 각자 맡은 구역에서 돌아왔을 때 저마다의 쓰레기봉투는 가득 차 있었다. 활동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지나온 길을 살펴보았다. 곳곳에 눈에 띄던 담배꽁초, 광고지, 플라스틱 컵들이 모두 치워지고 거리는 깨끗해져 있었다.
이날 이후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 생각은 한 가지가 빠졌기 때문에 생겼던 고정관념이었다. 수많은 마음이 하나로 뭉치면 티끌도 얼마든지 태산이 될 수 있다. 나 한 사람은 티끌처럼 작은 존재라도 여럿이 모이면 언제든 태산이 될 힘이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예전과 같이 많은 봉사활동은 하지 못하지만, 이제는 전과 다른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 나까지 함께할 때라야 비로소 태산을 이룰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