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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뒷모습

2025.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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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운 어느 날의 퇴근길,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백발의 할머니가 체구보다 몇 배나 큰 짐을 실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계셨습니다. 검게 그을린 앙상한 다리, 너무나도 여윈 모습에서 지금까지의 인생이 얼마나 고단하셨을지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식사는 하셨을까 이런저런 상념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문득 고생하신 엄마의 모습이 겹쳐져, 애써 밝은 목소리로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습니다.

    며칠 후 어르신을 또 보게 되었습니다. 가방에서 시원한 바나나맛 우유를 꺼내 인사와 함께 어르신에게 건넸습니다.

    “아이고, 이런 걸 다….”

    “할머니, 시원할 때 드세요.”

    “고맙네, 고마워….”

    미소를 지으며 연거푸 고맙다 하시는 어르신에게 저 또한 몇 번이나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는지 모릅니다. 표정이 없으셨던 어르신이 아주 조그마한 배려에 답해 주시는 고마움이 훨씬 커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한참을 걸어가다 고개를 돌려 어르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다시금 아렸습니다.

    삶의 무게에 지칠 대로 지쳐 몸이 땅 저 깊숙한 곳으로 녹아내릴 것만 같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지친 나의 뒷모습을 봤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요?

    하지만 지금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그때보다 더 무거워졌어도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은혜와 사랑을 듬뿍 받아 씩씩하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쳐 있던 제 영혼을 보듬어 천국 향한 소망을 품게 해주심에 감사하고, 때때로 힘이 들더라도 동행하는 형제자매가 있어 외롭지 않아 감사합니다.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을 것이 없기에 더더욱 감사합니다. 맹렬한 추위를 내세운 겨울날 온몸을 녹이는 따뜻한 차 한 잔처럼, 삶에 지치고 나아갈 길을 몰라 방황하는 이들, 가슴 한편에 헛헛함이 자리 잡은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겠습니다. 그들이 아버지 어머니 품 안에서 위로와 사랑을 받고 천국을 향해 함께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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