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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사랑이 덮은 상처

2026.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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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남편이 제 왼쪽 팔에 붙어 있는 반창고를 보고 말했습니다.

    “상처는 통풍이 잘돼야 하는데, 상처에 딱지가 생겼으면 반창고를 떼는 게 좋지 않을까?”

    팔에 있는 기다란 상처는 얼마 전, 고양이의 발톱에 긁힌 것입니다. 여느 때처럼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키우던 고양이가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고양이는 집을 나가면 다시 찾아오지 못한다는 말이 기억나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급하게 잡아 안았는데 놀란 고양이가 발버둥 치면서 제 팔을 긁어버렸습니다.

    고양이가 공연히 할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아팠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조심히 안지 못한 탓이라 여기며 고양이를 달래주었습니다. 고양이는 제가 다친 것을 아는지 한쪽에 서서 반창고를 붙이는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일 이후 상처가 나을 때까지 며칠 동안 반창고를 붙이고 다녔는데 그런 제 모습을 본 남편이 걱정이 되어 말한 것이었죠.

    “이건 상처가 안 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붙이고 다니는 거야. 사람들이 내 팔을 보고 상처가 왜 났냐고 물어보면 고양이한테 긁혔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럼 우리 고양이를 사납다고 생각할까 봐. 우리 고양이 착한데 오해하면 속상하잖아.”

    하늘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허물과 죄로 하늘 어머니께 상처를 드렸는데, 어머니께서는 당신이 받은 상처보다 그 상처로 인해 우리의 마음이 다치지는 않을까 염려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죄인 된 자녀들을 더 다독여 주시는 거겠지요.

    그러다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픔을 드린 우리를 용서하고 감싸주셨는데 저는 형제자매에게 받은 상처를 오히려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나 하고요. 진짜 내 가족이라 여겼다면 그렇게 허물을 드러내지 않았을 텐데…. 반성이 되었습니다.

    한번 생긴 마음의 상처는 쉬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지요. 상처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더라도 사랑으로 덮어보는 건 어떨까요. 상처에 오해가 아닌 이해의 새살이 자라면, 그 자리에 흉터 대신 사랑이 남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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