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대장부(?) 같던 저는 소방관, 경찰, 군인처럼 활동적이고 명예로운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전투복을 입은 모습이 멋져 보여 군인이 되겠노라 결심하고 군사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대학교에서 ROTC(학군사관)에 지원해 후보생으로서 2년간 군사 훈련을 받으며 조금씩 꿈과 가까워졌습니다.
각오했지만 훈련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40킬로미터를 걷는 철야행군을 하며 사람이 걸으면서도 졸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기왕 시작한 김에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티고 버텨 재작년에 장교로 임관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배치된 부대를 확인했습니다. 장소는 강원도 화천.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지역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그곳에 저를 보내시는 하나님의 뜻이 있으리라 믿고 부대로 향했습니다. 주위에 온통 논밭뿐인 도로를 쭉 따라가다 길 끝에서 제 꿈을 실현할 장소를 만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실전이었습니다. 눈 내리는 것 한 번 보기도 어려운 남쪽 지역에 살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언저리로 뚝 떨어지는 최전방으로 오니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약 2주 동안 산에서 지내는 대규모 훈련을 시작하면 제대로 씻지도, 마음 편히 자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고 안될 것 같은 일을 해냈을 때 찾아오는 성취감이 좋았습니다.
사실 훈련은 후보생 때부터 해왔지만 병력 관리는 경험해 보지 않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군대는 다양한 배경의 병사들이 모인 만큼 정말 다양한 일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그런 군대에서 지휘관으로서 혼자만 잘하는 게 아니라 병사들의 마음을 모아 통솔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는 책임을 져야 하기에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제게는 좋은 지침서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소대장이라면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잘 웃지도 않았습니다. 막상 겪어보니 달랐습니다. 무조건 수직적으로 병사들을 대했을 때보다 눈높이를 맞추고 생활하며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지시했을 때 훨씬 잘 따랐습니다. 그때 어머니 교훈이 떠올랐습니다. ‘주는 사랑이 받는 사랑보다 복이 있다’, ‘서로 섬기는 마음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마음이다’라는 말씀처럼, 소대원들에게 먼저 사랑을 주며 유대를 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삶을 살던 이들이 낯선 환경에 똑같이 놓였기에 충분히 어려울 터였습니다. 사회에서 만나면 제 또래 친구들이지만 이곳에선 제가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소대원이기에 어머니시라면 이들을 어떻게 대하셨을지 생각하며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했습니다. 일과 외 시간과 휴가 때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밥은 잘 챙기는지, 힘든 점은 없는지 살폈습니다.
시온에서 진행되는 ‘어머니 사랑의 언어’ 캠페인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병사들이 제 일을 도와주면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고맙다고 말하고, 제가 잘못 지시를 내리는 경우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간단한 말인데도 군대 특성상 이런 표현을 잘 하지 않는 간부들도 있습니다. 체계나 질서가 흐트러질까 염려해서입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표현하니 오히려 서로 신뢰가 쌓였습니다. 훈련이나 생활에서 잘못한 부분을 지적하고 올바르게 지도할 때도 병사들은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잘 따랐습니다.
처음에는 자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병사들이 점차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긍정적으로 변화되면 정말 뿌듯했습니다. 즐거운 추억도 많이 쌓았습니다. 체력적으로 지칠 텐데도 일과가 끝나면 연등을 신청해 공부하는 병사들을 보면서 저도 좋은 자극을 받아, 퇴근 후에는 체력 단련을 하거나 앞으로 진행할 훈련을 미리 공부하며 소대장으로서 필요한 소양을 쌓았습니다.
전역하는 병사들에게 “처음 입대했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대장님이 계셔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받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역시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의 마음 문을 열고 힘을 주며, 전하는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아침마다 전투복을 입으며,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과 막중한 사명감을 느낍니다. 지금은 병력 관리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지만 상급자들을 보며 어떤 지휘관이 되어야 할지 배우는 중입니다. 군인인 동시에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바른 언행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겠습니다.
사회와 단절되어 매일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간혹 몸과 마음이 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황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감정은 아닐 겁니다. 어디서든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은 있으니까요. 그럴 때일수록 제가 의지할 수 있고, 저를 도우시는 엘로힘 하나님께서 계신다는 사실에 감사드리려 합니다. 설교 말씀 한 번 더 듣고, 새노래를 더 많이 들으며 작은 것이라도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해 실천하다 보면 어떤 상황도 극복할 힘이 샘솟습니다. 지금도 군대에서 애쓰고 있을 군 성도들,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식구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합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며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