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인 저는 부모님 울타리 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습니다. 스무 살이 되어 독립심을 키우고 싶어서 직업군인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빠는 제가 기업에 취직해 일을 배워 사업을 하길 바라셨기에 입대를 반대했습니다. 아빠를 설득하려 용돈 대신 아르바이트비로 생활하고, 직접 학원을 등록해 부사관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진심을 보이자 아빠도 결국 제 선택을 응원해 주었습니다.
필기시험, 1차·2차 면접, 합격 후 이어지는 12주간의 훈련과 특기학교까지. 매번 도전의 연속이었고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었지만 꿈을 향한 의지로 이겨내 마침내 공군 부사관이 되었습니다.
목표를 이뤘지만 ‘독립’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 의지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부대 생활은 생각보다 혼자 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무기를 다루는 보직 특성상 근무 분위기는 매우 경직되어 있었고, 밤낮이나 주말 구분 없이 돌아가는 일상 때문에 다들 자기 몸 하나 챙기기도 바빴습니다. 살가운 환경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근무며 생활이며 딱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여기저기 부딪혀 가며 스스로 익혔습니다.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조용한 숙소에 돌아오면 가족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밥을 먹더라도, 누워서 쉬더라도 옆에서 느껴지던 인기척이 없으니 혼자 있다는 게 실감 났습니다.
그때마다 시온에 가는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식구들이 제 안부를 물으며 건네는 ‘기다렸어요’, ‘보고 싶었어요’라는 말 한마디가 제 마음을 보듬었습니다. 그 따스함은 곧 자녀 한 명 한 명을 세세히 돌보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이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언제 어디서나 저와 함께하신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으니 부대에서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저도 아버지 어머니께서 주신 사랑을 부대에서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얼마 뒤 첫 후임이 들어왔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면 바쁘더라도 후임을 챙겨 함께 밥을 먹었고, 근무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임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등 처음에 제가 몰라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알려주었습니다. 마음 문을 연 후임은 제게 고민을 터놓기도 하며 저를 잘 따랐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바쁜 일과 중에 후임까지 관리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던 선임들의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조용한 줄로만 알았는데 군 생활을 잘하고 후임도 잘 챙긴다고요. 이후 들어온 후임들에게도 제가 먼저 다가갔고, 지금은 다들 서로 돌보고 의지하며 지냅니다.
이제 2년 차 군인이 되었습니다. 아빠는 시행착오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독립한 제가 기특하다고 말합니다. 의욕적으로 직업군인에 도전하긴 했지만 사실 입대 전엔 설렘보다 걱정이 컸습니다. 처음으로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엄마를 따라 시온에 나가는 믿음이었던 제가 제약이 따르는 낯선 환경에서 믿음을 의연하게 지킬 수 있을지도 걱정됐습니다.
낯설고 새로운 모든 것을 직접 부딪혀 보며 배운 점들이 많습니다. 우선, 이전에는 익숙해서 몰랐던 부모님의 사랑을 실감했습니다. 제가 막 입대했을 때부터 두 분은 매일 전화로 제 안부를 살피고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아빠는 지금도 아침마다 힘이 되는 글을 메시지로 보내줍니다. 늘 제게 관심을 두는 부모님을 떠올리면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날 힘이 솟았습니다.
더욱 감사한 점은 저를 응원하시는 분이 또 계신다는 것입니다. 제 기도를 들어주시고, 힘든 중에도 시온으로 발걸음 하도록 이끄시고, 식구들을 통해 위로해 주시고, 후임들은 외롭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결국 제가 스스로 설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과 부모님이 주신 사랑이 제 뿌리를 단단히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후임 역시 이런 든든함을 품에 안고 지냈으면 싶었습니다. 후임을 시온으로 초대해, 성경이 사실이며 하나님께서 실재하심을 알려주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 말씀을 진지하게 살핀 후임은 자신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을 받고 싶다며 하늘 가족이 되었고 앞으로 규례를 같이 지키기로 했습니다.
후임뿐 아니라, 제 주변 사람 중 그 누구도 외롭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본보여 주신 것처럼 제가 먼저 그들을 사랑으로 돌보며, 부모님 앞에 자랑스러운 딸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