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시절, 하늘 아버지 어머니 은혜로 기초군사훈련을 1등으로 수료하고 자대에서도 별 탈 없이 생활하며 든 생각입니다. 전역 후 진로에 대한 계획이나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았던 데다 내게 맞는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일병 때 부사관에 지원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원 자격을 착각하는 바람에 한 달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사이 상병이 되고 휴가를 자주 나오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막상 지원 자격을 갖췄을 때는 사회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갈팡질팡하다 전역해 버렸(?)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마음속에 고민이 계속 남아 있었는데 육군 모집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운명처럼 부사관 모집 공고를 확인했습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지원했습니다. 얼마 뒤 덜컥 합격해 군대로 돌아온 것이 재작년 여름입니다.
저는 일명 ‘코로나19 군번’이라 병사로 있을 때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유격, 화생방 등 웬만한 고강도 훈련은 모두 취소됐고 부대원들끼리의 접촉을 경계하는 분위기 속에 동기, 선후임과 소통도 줄었습니다. 입대 전 세운, 군대에서 진리의 빛을 밝히겠다는 계획은 제대로 실행해 보지도 못한 채 전역했습니다. 어쩌면 저를 계속 따라다니던 아쉬움이 ‘재입대’라는 결정으로 이끈 듯합니다. 당시에는 저도 얼떨떨했지만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군대에는 아쉬움을 채우는 정도가 아니라 넘치는 축복이 예비돼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고 더 큰 믿음으로 성장하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새로운 군 생활에서는 바뀐 계급장만큼 마음가짐과 태도도 바뀌어야 했습니다. 지시와 규율대로 따르기만 하면 됐던 위치에서 벗어나 간부로서 부대와 병사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둘러보고 직접 움직이려 노력했습니다. 업무를 할 때도 하나님께서 주신 가르침을 되새기며 어려운 일, 힘든 일에 앞장섰습니다. 그러면서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느꼈고 점차 선임과의 신뢰도 쌓였습니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전에는 시온에서 이런저런 역할을 맡아도 ‘시켜주시니 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더구나 제가 나서지 않아도 식구들 중 누군가를 통해 진행되고 해결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현재 저는 하나님 은혜로, 부대 인근에 위치한 작은 지교회에서 규례를 지키고 있습니다. 열 명 안팎의 식구들이 모이는 곳이라 인원이 현저하게 적다 보니 전등 하나 바꾸고, 난방 연료를 채우려 해도 일손이 부족합니다. 보통 그 일손은 유일한 청년인 저와, 또 다른 간부 형제님이 담당합니다. 형제님과 함께 예배 준비와 진행, 교회 시설 관리까지 곳곳에 손길을 보태면서 지금까지 제가 시온에서 누려온 무엇도 저절로 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오늘날의 시온이 있기까지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그리고 먼저 된 식구들이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리셨을까 생각하며, 흘러가는 대로 임했던 신앙생활을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 갔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신 뜻이 있으시구나.’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는 축복의 가치를 깨닫자 몸이 저절로 움직였습니다. 더 해야 할 일은 없는지 돌아보고 복받을 일이 생기면 자원했습니다. 복을 찾아다닐수록 하나님께서는 더 많은 복을 부어주셨습니다. 특히 전에 다 이루지 못했던, 군대에 있는 하늘 가족을 찾는 축복을 많이 허락해 주셨습니다.
초막절 기도주간 제 주된 기도 주제는 허락받은 사명을 완성해 하나님께 기쁨을 드리는 군 성도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간절한 기도에 응답을 주시리라 믿고 가까이 지내던 동료에게 새 언약 안식일과 유월절을 알려주었습니다. 동료는 자신도 유월절을 지켜 재앙에서 보호받고 싶다며 하나님 품으로 나아왔습니다. 혹여 부담이 될까 했던 우려와 달리 진리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동료를 보며, 하나님께서 모든 길을 열어주심을 깨닫고 더욱 열정적으로 말씀을 전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전에는 유월절을 지키자는 권유를 에둘러 거절하던 친구가 “그래? 알겠다”라며 수락했습니다. 오랜 기간 개신교 교회를 다녔던 또 다른 지인도 성경 말씀을 확인하더니 하나님의 교회가 성경대로 행하는 진리 교회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엘로힘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얼마 뒤에는 같은 보직에서 동고동락하며 꾸준히 말씀을 살폈던 선임이 진리를 영접해 지금도 함께 안식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군대가 아니라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이니 군대로의 복귀는 후회 없는 정도가 아니라 참 잘한 일이라 자부합니다.
다시 얻은 기회를 통해 저는 군인으로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한 뼘 더 성장했습니다. 무엇보다 군대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명을 실천하는 군 성도가 되어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남은 군 생활도 맡은 임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군인이자 진리의 용사로서 올바른 행실을 본보이며 영육 간 복받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