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지만 일과나 훈련 계획이 바뀔 때가 많아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최전방의 추위를 견디는 것도, 당직을 서느라 종종 밤새우는 것도 그랬습니다.
동반입대 한 시온 식구와 함께 그 시간을 인내하며 얻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단지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서만은 아닙니다.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하나님을 의지해 부대 안의 하늘 가족을 찾으면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하나님과 동행하면 축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해졌기 때문입니다.
군 생활 초반에는 신앙 활동이 순탄했습니다. 신병교육대에서 예배 시간과 장소를 보장받아 규례를 은혜롭게 지킬 수 있었고, 자대 배치를 받은 뒤에도 인근 시온에서 예배를 드리도록 상부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 은혜에 감사하며, 형제님과 저는 하나님의 가르침대로 다른 이들이 꺼리는 궂은일을 도맡고 선한 행실에 힘썼습니다. 얼마 뒤, 평소 가깝게 지내며 신뢰를 쌓은 동기가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축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부대에서 더 많은 영혼과 축복을 나눌 수 있다는 기대에 부푼 채 새해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정책으로 부대 출타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부대원들과 함께 시온에 가기 힘들어졌습니다. 매일 일과가 바뀌니 선·후임들과 진득하게 성경 말씀을 살필 여유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어려움이 생겨 당황스러웠어도 좌절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기회를 주시리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그때를 기다리며 작은 목표들을 세워 꾸준하게 실천해 제 믿음을 굳건히 다졌습니다.
여름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외출·외박이 전처럼 수월해진 것입니다. 부대에서 틈틈이 새 언약 진리를 공부해 온 부대원 두 명이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른 부대원 두 명도 시온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가을절기를 앞둔 시점에는 한 후임이 안식일에 관해 묻길래 그때부터 연등 시간 등 여유가 생길 때마다 진리를 전하고 하나님께 이끌었습니다. 이전에 친구를 따라 교회에 다닌 적이 있다는 또 다른 후임도 성경 말씀을 집중해서 살피고는 구원의 약속을 받았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제 생각대로 상황이 흘러간 적은 별로 없지만 축복은 제가 바라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았습니다. 제 생각보다 높고 깊은 뜻대로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신 덕분입니다. 이제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며 감사드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군대에서의 마지막 겨울을 지내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날이 되어 전역하기 전,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 할 일이 많습니다. 군 생활을 하다 보면 그 자체로 고민과 걱정이 많아집니다. 전역을 앞두고 진로 문제로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1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생활한, 가족처럼 특별하고 소중한 부대원들이 고민과 걱정을 털어내고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봄처럼 따스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