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의 첫날, 종교 조사 과정에서 당당하게 손을 들고 제 신앙을 밝히는 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졌습니다. 조교가 나가자마자 동기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주눅이 들기보다 앞으로 행동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야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화장실 청소, 분리수거, 취사장 잔반 처리 등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훈련에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안식일에는 깔끔하게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몇 주가 지나자, 저를 향한 시선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 사람들은 다 너처럼 잘하냐?”,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멋있다”라는 동기들의 칭찬에 힘을 얻어 교회를 자랑하고 진리를 알렸습니다.
이후 육군훈련소 조교로 자대 배치를 받았습니다. 조교 생활 역시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중대장님과의 면담에서 군대에서는 제대로 종교 활동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선임들의 심한 부조리, 밤낮으로 이어지는 업무와 훈련으로 심신이 지쳐갔습니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하나님께서 저를 이곳으로 보내신 이유가 있으리라 믿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면서 틈틈이 훈련병들에게 가르칠 과목을 공부하고, 휴식 시간에 운동하는 등 조교로서 소양과 체력을 기르는 데 힘썼습니다. 감사하게도 중대장, 교육대장, 연대장의 우수 분대장 표창에 이어 육군훈련소장 특급전사 표창을 받았고, 저에 대한 동기와 간부들의 신뢰가 두터워졌습니다.
부대 내 흩어져 있던 하늘 가족도 만났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난 지 얼마 안 돼 입대한 동기 형제님은 함께 규례를 지키며 믿음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같이 밥 먹고 생활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중학생 때까지 하나님의 교회를 다녔다고 고백(?)한 후임 형제님은 다시 신앙을 시작하면서 예배와 기도를 드릴 때마다 마음이 평안하다며 좋아했습니다. 입대 전 모친을 따라 시온에 몇 번 가본 적 있다던 신병 형제님, 성경 발표를 듣고 주말에 외출해 새 생명의 축복을 받은 후임까지 5명이 모여 믿음을 키워나갔습니다.
초심을 지키며 부대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찾아서 했습니다. 행군 훈련 중에는 후임 조교들이 힘들지 않도록 먼저 나서서 뒤로 처진 훈련병들의 군장을 대신 멨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복귀하면 고치고 손봐야 할 시설 등 간부들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을 확인하고 해결했습니다. 일과를 마친 다음에는 훈련 과정의 미비점을 검토하는 등 훈련 발전을 위해 애썼습니다.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육대 대표로 참석하게 된 훈련소장 주관 회의 준비를 위해 교육대장실에 갔을 때였습니다. 교육대장님은 그동안 저를 유심히 지켜봤다며 종교 활동은 잘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 성도로서, 육군훈련소 조교로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군 생활 하고 있습니다!”
제 말을 들은 교육대장님은 원한다면 토요일마다 인근 교회에 다녀와도 좋고, 멀어서 교통비가 부담될 시 교육대 내에서 기도나 예배를 자유롭게 드리라고 배려해 주었습니다.
뜻밖의 조치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저 하나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복음의 길을 활짝 열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렸습니다.
전역 후 저는 하늘 아버지의 길을 따르는 목회자의 꿈을 갖게 됐습니다. 군대에서처럼 제가 있는 자리에서 기쁨의 그날까지 하나님 영광을 나타내며 충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