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시온 안에서 식구들의 따듯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저는 홀로 믿음을 지켜야 하는 군 생활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서 이룰 사명이 있기에 하나님께서 저를 보내시는 것이라 믿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초목에 파릇파릇 새잎이 돋을 무렵, 제게 맡겨진 사명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로 육군에 입대했습니다. 낯선 훈련소 생활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고된 훈련과 군대의 경직된 위계질서에서 오는 압박감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면서 입대 전의 각오는 점차 흐릿해졌습니다. 하나님의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동기에게 오해를 받고, 외부와 접촉이 차단돼 전화조차 할 수 없는 상황도 스트레스를 더했습니다. 시온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들과 함께하며 하나님을 마음껏 찬양했던 지난날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는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저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각종 훈련이 부담스러웠는데 특히 사격이 어려웠습니다. 훈련소에서 영점 사격*을 통과하지 못한 채로 실거리 사격을 나가 세 번이나 실패했습니다. 한 번에 통과하는 동기들에 비해 너무 못하는 것 같아 속상했고, 모자란 실력 때문에 혹여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까 걱정스러웠습니다.
자대 배치 후 가장 큰 과제 역시 사격이었습니다. 20발 중 14발 이상을 명중시켜야 정상 진급이 가능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합격은 무리였습니다. 자신감은 곤두박질치고 부담만 점점 늘어갔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드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사격 훈련 당일,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기도드린 뒤 총을 잡았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차 시도에서도, 2차 시도에서도 20발 중 19발이 적중한 것입니다.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평소 제 사격 실력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결과였기에 동기들도 놀라고 선임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보내 탄환을 움직여 주신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사격 부문에서 중대 1등으로 대대장 포상 휴가를 받고 다른 훈련 부문도 2급 이상으로 통과해 정상 진급이 확정됐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자녀의 기도에 귀 기울여 주시고 작게나마 하나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게는 아직 1년가량의 군 복무가 남아 있습니다. 연약한 자녀를 언제나 도와주시고 힘이 되어주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를 의지해 군 생활을 열심히 하고, 초심을 되새겨 부대 내에서 사명을 이루는 데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