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교실에서 한시도 가만있지 못했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벌떡 일어서서 뛰어다니기 일쑤였다. 성적은 당연히 바닥이었다. 선생님은 학교에서 소녀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다른 교육 방법을 찾아보라고 부모에게 통보했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 엄마는 딸을 의사에게 데려갔다. 소녀의 특이한 행동에 대해 모두 들은 의사는 소녀에게 잠깐만 혼자 기다려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의사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엄마와 같이 밖으로 나왔다. 엄마에게는 딸을 몰래 지켜보게 했다. 잠시 후 엄마는 깜짝 놀랐다. 딸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우아하게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가 엄마에게 말했다.
“따님은 문제아가 아니라 타고난 무용가예요.”
20세기 최고의 발레리나이자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의 안무가로 대영제국 훈장과 기사 작위까지 받은 질리언 린의 어릴 적 이야기다. ‘산만한 골칫덩이’였던 그녀는 의사의 말대로 ‘타고난 무용가’였던 것이다.
획일적 관점으로만 판단하면 상대방의 흠결이 두드러져 보이기 마련이다. 반대로 포용과 신뢰의 눈으로 보면 장점을 금방 찾게 된다. 각자 잘하는 일이 따로 있듯이 맡겨진 사명도 다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점이 어우러져야 온전한 지체를 이룬다.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며 애틋하고 아름답게 바라보자. 그 시선만큼 큰 응원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