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이 사는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 지역에 갑작스레 홍수 경보가 내려졌을 때였습니다. ‘평소처럼 비가 내리다가 금방 그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경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날 저녁, 아들을 씻기고 있는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남편이 벌레가 집 안에 들어왔다고 소리쳤습니다. 벌레를 발견한 뒷문 쪽으로 가보니 문틈으로 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들의 옷을 다 입히기도 전에 물은 웅덩이를 이루었고, 발목에 차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무릎에서 곧 허리까지 차올랐습니다. 저희는 위층으로 올라가려다 집 안에 갇히기 전에 밖으로 나가는 게 낫다는 생각에 아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봉투에 물건 몇 개와 담요를 챙겨 서둘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은 이미 강이나 다름없이 변해 있었습니다. 차는 침수되어 운전을 할 수도, 차 안의 지갑을 꺼낼 수도 없었습니다. 교통수단도 없고, 돈이나 식량, 마실 물조차 갖지 못한 상태로 길을 나섰습니다. 세찬 빗줄기와 바람에 걷기 힘들었지만 폭풍우를 뚫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얼마 후 주유소에 도착했습니다. 옷이 젖은 채로 한 살배기 아기를 업고 서 있는 막막한 상황에서 의지할 분은 오로지 하나님밖에 없었습니다. 하늘 어머니께서 우리 손을 놓지 않으실 거라는 희망을 붙잡고 버텼습니다. 30분이 지났을 무렵 차를 몰고 지나가던 한 여성이 저희에게 괜찮은지 물으며 필요하면 원하는 곳까지 태워주겠다고 했습니다.
물에 잠기지 않은 길을 찾으며 꽤 오랜 시간을 차로 이동했습니다. 마침내 머물 만한 곳을 찾았고, 여성은 저희에게 의류, 물, 간식, 세면도구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현금 90달러를 건넸습니다. 놀랍게도 저희가 들어간 호텔의 객실 비용이 딱 90달러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길을 열어주셨음을 느꼈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나서 뉴스를 통해 도시에 벌어진 일을 전해 들었습니다. 전날 강우량은 도시가 생겨난 이래 역대 세 번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홍수 피해는 2020년 도시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로라와 델타로 인한 피해를 합친 것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긴급구조대에는 집에 갇혀 있다며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 수백 통이 걸려왔고, 도로 50여 곳이 차단됐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저희 부부는 한 가지를 마음에 새겼습니다. 바로 하늘 아버지 하늘 어머니에 대한 참된 믿음입니다. ‘물 가운데로 지날 때 함께할 것이라, 물이 너를 침몰치 못할 것이라’ 하신 약속대로 재앙 가운데서 저희와 함께하시며 보호해주신 엘로힘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