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초막절 전도축제를 준비하며 하나님께서 이번에는 어떤 축복을 내려주실지 설레는 마음으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한 가지 생각이 저희 마음을 초조하게 했습니다.
‘익숙한 장소, 매일같이 마주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복음을 전하고 잃은 영혼을 찾을 수 있을까?’
이는 저희뿐 아니라 전도자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시온 가족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복된 기회를 어영부영 흘려보내지 않으려 저희는 머리를 맞댔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축복을 예비하신 것은 확실한데, 어떻게 하면 온전한 믿음과 용기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복음에 임해 그 축복을 부여잡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저희가 주목한 키워드는 ‘연합’과 ‘회개’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식구들이 우애 있고 화목하게 지내는 차원의 연합을 넘어 ‘복음의 알곡 열매로 아버지 어머니께 기쁨을 드리자’는 뜻에 시온 가족 모두의 마음을 모으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뜻을 이루고자 각자 인도하길 바라는 영혼을 위해 모두가 함께 기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일 주제를 정해 같은 설교 말씀을 들으며 마음 밭을 기경했습니다. 나 자신이 아직 준비가 덜 돼서 열매를 맺지 못했는데 환경을 탓하지는 않았는지, 무작정 하나님께 바라기만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족함은 채우고 모난 점은 깎아내려 노력하는 동안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바라는 바를 그저 구하기에 급급했다면, 전도축제를 앞두고는 지난날을 돌아보고 자복하는 회개와 앞으로 변화되리라는 다짐의 비중이 점점 더 커졌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과 사고방식으로 살아온 식구들은 이러한 과정 속에, 하나님의 가르침 안에서 진정으로 하나 되어 한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전도축제가 시작되고 발걸음을 옮겨보니 예전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환경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가는 곳,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그대로였는데 달라진 것은 저희 마음가짐이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확신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열의가 가득해서인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발걸음을 옮겨도 지칠 줄 몰랐고, 전도축제 초반부터 잃은 형제자매를 찾았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니 마음은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이번에 인도된 분들 중에는 오랜 시간 시온 식구들과 인연을 이어오다 마침내 마음을 열고 하나님께 나아온 분들이 유독 많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매님은 무려 11년 전에 처음 진리를 접한 분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게로 찾아오는 온갖 종교인들에게 염증을 느끼고 종교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함께 구원받길 바라는 식구들의 진정 어린 마음에 그간 진리 발표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약속만큼은 완곡히 거절하다가 드디어 하나님께 나아가기로 결심하고는 아침 일찍 시온에 와서 침례를 받은 것입니다.
또 한 식구는 그간 전도하기를 미루었던 형부를 시온으로 인도했습니다. 형부가 교회에 호의적이지 않아 적극적으로 전도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시온 식구들과 함께 만나서 성경 말씀을 전했는데 의외로 형부가 즉시 진리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구원의 말씀을 알려준 처제에게 고맙다고 진심 어린 인사도 전하고요.
이 외에도 종종 들르는 마트의 사장님, 안면이 있던 가족의 직장 동료, 40년 넘게 개신교 교회에서 직분자로 신앙해 온 이웃 등 한 달여 기간 중에 하나님께 인도된 식구가 200명이 넘습니다. 그간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전도 일선에 나서지 못하던 식구들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풍성한 축복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주위에 이렇게 많은 형제자매가 예비되어 있었는데 지금껏 왜 못 찾았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때를 기다리신 듯합니다. 저희가 이 모든 영혼을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믿음과 사랑을 갖추고 아버지 어머니 닮은 성품으로 거듭날 때까지 말입니다.
물론 여전히 저희는 여러 면에서 부족하고 배워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도축제가 끝났다고 발걸음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전도는 타인의 영혼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저희 믿음이 무뎌지거나 잠들지 않도록 일깨워 주는 시간임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전도축제를 통해 저희는 10년이 아니라 더 긴 세월이 걸려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하나님께서 인내의 결실을 허락하신다는 깨달음 또한 선물로 받았습니다. 전도 밭이 너무 익숙하고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 해도 결코 낙담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믿음의 중심이니까요.
어제도 그제도 열심히 말씀의 씨를 뿌린 전도 밭에 오늘도 설렘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어제까지 발견하지 못한 귀한 열매를 오늘 찾을 수도 있다는 소망,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이곳에서 저희에게 꼭 필요한 새로운 깨달음을 하나님께서 주시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