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강릉의 열기는 심상치 않았습니다.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100여 년 만에 가장 많았고, 밤 최저기온이 30도가 넘는 초열대야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평년과 달리 비다운 비를 구경할 수도 없었습니다. 강릉 시민이 사용하는 생활용수 대부분을 공급하는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흉흉한 소문과, 강릉을 가로지르는 시내가 말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곧 비가 내려 저수지가 채워지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8월 말 재난사태가 선포되고 저수율이 식수 공급을 위한 마지노선인 15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소방차와 군용 급수차가 도로에 늘어서고, 하늘에는 헬기가, 바다에는 함정이 동원돼 육해공 작전을 펼쳤습니다. 물을 아껴 쓰고 퍼다 나르며 정부, 군, 시민 모두가 총력을 기울여도 저수율은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하루 6시간만 물을 공급하는 시간제 제한급수가 실시되자 지역 커뮤니티에는 ‘샴푸 칠한 상태에서 물이 끊겨 냉장고에 있던 생수로 머리를 감았다’, ‘아이에게 화장실 너무 자주 간다고 야단쳤다’, ‘옆 도시에 빨래하러 다녀왔다’ 등 단수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이 가뭄이 끝나기는 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재난사태가 선포된 후 안부를 묻는 타 지역 시온 가족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시온에 물은 잘 나오는지, 시온 식구들 생활은 괜찮은지 염려하며 응원하는 전화였습니다. 하늘 아버지 어머니 은혜로, 강릉 시온은 수질 검사에서 식수로 사용해도 좋다고 승인받은 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어 불편을 느끼지 않고 지냈습니다. ‘하나님의 거처 시온의 식료품에 풍족히 복을 주고 양식으로 그 빈민을 만족케 하신다’(시 132편 13~15절)는 예언처럼 시온에서는 사랑이 담긴 음식을 마련해 단수로 어려움을 겪은 시온 식구들과 이웃들에게 정성껏 대접했습니다.
식구들의 영적 깨달음과 감사는 날로 풍성해졌습니다. 한 자매님은 지인이 생수 120병을 보내와 이웃과 물을 나누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어 감사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한 형제님은 생명수의 근원이신 하늘 어머니에 대해 발표할 때 ‘물은 곧 생명’이라고 문자적으로 설명했는데 이번 단수로 생명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마음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물을 실어 나르는 소방차와 생수를 나눠주는 봉사자를 보면서 온 세상에 생명수를 전하는 우리의 사명에 대해 깊은 울림을 받았다는 시온의 향기도 나왔습니다. 은혜로운 깨달음을 얻은 식구들은 모이면 자연스럽게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는 시온의 향기와, 가뭄과 단수로 인한 웃픈(?) 에피소드를 나누며 함께 웃고 위로했습니다.
사실 가뭄이 강릉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올해 영동 지역은 전반적으로 강수량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재난사태까지 선포된 강릉과 달리 인근 지역은 재난에 잘 대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에 대비하고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십수 년 전 지하에 물을 저장하는 지하댐을 건설했기 때문입니다. 또 지하 암반을 뚫는 관을 설치해 지하수를 확보하고 노후한 상수도관을 정비해 누수를 잡았습니다. 새는 물을 막고 식수를 모아 가뭄에 대비한 것입니다.
물 부족 사태를 겪으며 과연 우리는 천국 들어가기 위한 영적 대비를 잘하고 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시대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예비해야 하는지 교훈해 주셨습니다. 그 교훈에 따라, 생명수의 근원이신 어머니께 날마다 생명수를 구하고 저축하고 있는지, 생명수가 새어 나가지는 않는지 우리의 영적 모습을 점검하고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긴 가뭄 끝에, 하나님께서 가을 절기에 부어주실 늦은 비 성령의 축복을 맛보여 주시는 듯 절기 전에 두 차례 큰비가 내렸습니다. 수확을 앞두고 농부의 마음을 타들어 가게 했던 논바닥이 촉촉해지고, 축 늘어져 있던 나무들도 소성함을 입었습니다. 제한급수 조치도 모두 해제되었습니다. 골고루 대지를 적시는 비를 내려 가뭄을 해소해 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드렸습니다.
강릉은 하나님의 은혜로 산다는 말을 시온 식구들끼리 종종 합니다. 2년 전 강릉에 큰불이 났을 때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느꼈습니다. 소방차들이 열심히 물을 뿌리고 소방헬기가 쉴 새 없이 물을 실어 나르는 장면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며, 불길이 속히 잡혀 이웃들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기를 마음 모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비가 올 것 같지 않은 날씨라 걱정만 하던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고 산불의 기세가 꺾여 진화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텔레비전에는 소나기를 보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감사해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비쳐졌습니다.
때로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되어야 하나님을 찾곤 합니다. 두 차례 재난을 통해 겸손한 마음으로 매사에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강릉 식구들은 평시는 물론이고 명절 때나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작은 손길로나마 이웃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재난을 두려워하는 이웃들이 하나님 안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재앙을 면케 해주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담긴 새 언약 유월절을 알리고 전하는 일에도 더욱 정성을 쏟을 것입니다.
이 시대 하늘 예루살렘에서 생수가 솟아나서 절반은 동해로 절반은 서해로, 여름에도 겨울에도 흘러넘친다는 예언을 믿고, 초막절에 하늘 어머니께 나아와 생명수를 간구한 모든 시온 가족에게 풍성한 성령의 축복이 허락되기를 소망합니다. 더불어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로 고통받는 수많은 영혼이 생명수의 근원이신 어머니께로 인도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