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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향기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2025.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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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경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읽으며 ‘나도 그런 사랑을 실천해야겠다’라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비유 속에서 사마리아인에게 도움받았던 사람의 마음이 어떨지는 생각해 본 적 없었습니다. 더구나 저와 가족이 그 입장이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지요.

    어느 날, 딸이 강아지와 산책하러 나갔다가 내리막길에서 넘어졌습니다.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너무 아픈데 보행자가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어 난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차 한 대가 지나가다 멈춰 섰습니다.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딸에게 비켜달라고 말했습니다. 딸이 일어나지 못하겠다고 하니 운전자는 다시 차에 타 딸을 피해 지나갔다더군요. 뒤따라오던 차량 운전자도 잠시 차에서 내려 상황을 보고는 그냥 가버렸고요.

    엄마인 제게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되지 않고, 혹 연락이 닿더라도 당시 제가 다른 지역에 있어 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습니다. 딸이 막막해하고만 있을 때, 차 한 대가 더 그 길에 들어섰습니다. 세 번째 운전자는 앞선 운전자들과 달랐습니다. 주저앉아 있는 딸에게 괜찮냐고 물으며 상태를 확인하는가 하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면서 차에서 방석을 꺼내와 바닥에 깔아주고, 119에 신고도 해주었습니다. 같이 있던 강아지까지 살뜰히 살펴주었지요. 딸이 “바쁘실 텐데 가보셔도 된다”고 해도 그분은 구급대원이 도착하기까지 곁을 지키며 딸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남다른 친절이 눈물 나게 고마워 보답이라도 하려고 연락처를 물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곤 자리를 떴습니다.

    병원에서 검사하니 세 군데나 골절되고 힘줄까지 끊어진 정도의 부상이었습니다. 다행히 급하게 수술하지는 않아도 된다기에 병원을 더 알아보고 수술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밤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저는 “도와주신 분이 마치 선한 사마리아인 같다”고 딸과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날, 안식일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데 맞은편에 걸어오던 장년 식구분이 딸의 얼굴을 보고는 어제 사고당한 분 아니냐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분이 바로, 딸을 도와준 ‘선한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저희 가정이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시온 식구인 줄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과 식사하면서 딸이 다쳤을 때 도와준 분이 시온 식구였다는 사연을 알렸습니다. 남편은 매우 신기해했습니다. 딸이 넘어졌던 그 시간에 그 장소를 어떻게 시온 식구가 지나갈 수 있었느냐면서요.

    남편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직전에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을 관람하고 감명받아 새 생명의 축복을 받은 뒤로 유월절만 지켜왔습니다. 그랬던 남편이 지난해 말 이사 직후, 가족의 권유로 안식일 예배에 한 번 참석했습니다. 그날 저희와 같은 동네에 산다며 남편에게 다가와 인사한 장년분이 있었는데 바로 그분이 딸을 도와준 식구였습니다. 남편은 그 사실에 더욱 놀라워하며 감동한 듯했습니다.

    전날 아침 출근할 때까지만 해도 “내일 예배드리러 가자”는 제 말에 내키지 않아 하던 남편이, 식구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가자고 권하니 흔쾌히 따라나섰습니다. 저녁 예배를 드리고 나서 저희는 ‘선한 사마리아인’ 장년분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식구의 친절에 마음이 열린 남편은 며칠 뒤 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예배를 드려야겠다고 공표했습니다. 남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그 뒤로 남편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언제 어디서나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식구가 베푼 사랑이, 다친 딸이 무사히 병원에 이송되도록 돕는 데 그치지 않고 남편의 영혼까지 사는 길로 이끌었으니까요. 그 모든 과정에 당신의 자녀를 살리시려는 엘로힘 하나님의 사랑이 깃들어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남편이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그 사랑을 깨닫고 천국의 축복을 가득 받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더불어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하라’는 하나님 가르침대로, 저 또한 언제 어디서든 이웃에게 진정한 사랑을 베풀고 한 영혼을 살리는 일에 마음을 다하는 자녀가 되겠습니다.


    어느 겨울날, 차를 몰고 경사가 가파른 길을 지나다가 한 여자분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날씨가 꽤 쌀쌀했고 그곳이 사람이 앉아 있을 자리도 아니라 마음이 쓰였는데 아무래도 일어서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차를 옆에 세워 놓고 다가가 상태를 확인하니 넘어졌다고 하더군요. 양해를 구하고서 붙잡고 일으켜 보려고 해도 못 일어났습니다.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는지 묻자 가족이 다른 지역에 있어 오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습니다.

    일단 119에 연락하고, 다친 분의 체온 유지를 위해 마침 제 차에 있던 거실용 깔개를 가져다 바닥에 깔아주었습니다. 곁에 있던 반려견도 주인이 다친 걸 아는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 모습이 짠하게 느껴져 진정시키며 챙겼습니다.

    보답하겠다고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는 그분에게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고 지나가다 도왔을 뿐”이라며 같은 동네 사람이니 다음에 만나게 되면 인사나 하자고 했습니다. 그분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걸 확인한 뒤 저도 제 길을 갔습니다.

    만나면 인사나 하자고 했어도 바로 다음 날인 안식일, 그것도 시온에서 그분을 만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식구가 곤란한 상황에 놓였으니 빨리 가서 도와주라고 하나님께서 저를 그 장소로 보내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 어디서든 자녀들을 눈동자와 같이 지켜 보호해 주신다는 약속이 떠올랐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은 당회를 옮겨온 지 한 달 정도 된, 저희 지역 형제님의 따님이었습니다. 형제님이 이사 와서 처음 예배에 참석했을 때 잠시 뵙고 인사를 드렸는데 그때만 해도 좀 어색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일 이후 시온에 온 형제님은 한결 친숙하고 편안해진 모습으로 웃으며 “우리 교회에 천사들이 많이 계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딸을 도와준 것을 정말 고마워하는 아빠의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감동하는 형제님을 보며 제가 더 감동받고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이지만 제가 직접 행인으로서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만나보니 비유 속 강도 만난 자에게 사마리아인의 도움이 얼마나 중요했을지 새삼 생각하게 됐습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일, 설령 그것이 작은 도움이라 할지라도 받는 사람에게는 매우 절실하고,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도와주는 사람에게도 복을 쌓을 기회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으니까요. 저도 이번 일로 복을 받은 만큼, 하나님의 가르침대로 늘 선한 일을 실천하며 영적으로도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하늘 아버지 어머니를 닮은 그 마음으로 영혼 살리는 일에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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