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 온 지 벌써 1년 하고도 반년이 지나갑니다. 이곳에 오기 전 볼리비아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이 유명한지 열심히 자료를 찾아보던 기억이 납니다.
볼리비아는 남미 대륙의 페루와 브라질 사이에 있는 나라로 파라과이, 칠레, 아르헨티나와도 국경이 맞닿아 있습니다. 나라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도시마다 자연환경을 비롯해 지역문화가 도드라지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해발고도 3600미터에 위치한 수도 라파스는 햇빛이 뜨겁지만 춥고 건조한 날씨인 반면 볼리비아 제2의 도시로 불리는 산타크루스는 해발고도가 한국과 비슷한 400미터 남짓에 35도를 웃도는 덥고 습한 날씨가 일상입니다. 제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고 온 곳은 바로 산타크루스입니다.
더우면서도 모래를 동반한 거센 바람이 부는 산타크루스에서 양산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손에 쥔 종이가 날아가 주우러 가거나 입에 모래가 씹히기 일쑤입니다. 복음 환경도 만만치 않습니다. 말씀을 잘 들어주기는 하지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드물고 진리를 영접한다 해도 꾸준히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인지 문자메시지 하나에도 연연하게 되고 약속 장소에 나가서 기다리는 일분일초가 심장이 타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열매를 맺으면 기쁜 한편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힘이 빠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무엇이 부족한 걸까, 무엇을 더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답답할 때가 참 많았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예쁘게 자란 새 식구들이 하나둘 시온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유월절이 다가올 즈음에 만나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난 리스벳 자매님은 매일 복음 활동에 참여하고 자신보다 늦게 하나님을 영접한 식구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어엿한 일꾼이 되었습니다.
물건을 사러 들어간 가게 주인이었던 질카 자매님은 남편,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아들 둘이 하늘 가족으로 거듭나는 축복까지 받았습니다. 가족 모두 빠짐없이 예배에 참석하고 봉사도 잘하셔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하는 자매님 가정은 지난 9월 전 남미 전도축제 때 합심해 지인들을 시온으로 인도하기도 했습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날들 속에서 조금씩 자리가 채워지는 시온을 보며 일희일비(一喜一悲·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슬픔)하지 않고 꾸준히 주어진 복음의 직무를 다할 때 하늘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뒤로 초조하고 불안해하기보다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전도에 임하면서 좋은 영혼들을 만났습니다.
지난 7월, 말씀을 전한 두 명의 여대생 중 한 명과 꾸준히 성경 공부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8월까지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구원의 축복받기를 미루던 학생은 9월이 되어서야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같이 말씀을 들었던 친구도 데려와 함께 받은 축복이었습니다. 두 자매님은 시온에 올 때마다 가족이나 친구를 한 명씩 초대해 교회와 진리 말씀을 자랑했습니다.
리카르도 형제님도 가족에게 진리 말씀과 교회 자랑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분입니다. 하나님께서 값없이 주시는 생명수를 받기 위해 자신은 지금까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회개와 기쁨으로 진리를 영접한 형제님은 시온에 와서 말씀 공부하기를 참 좋아하십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식구들을 보면서 더욱 확신했습니다. 조급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거나 지치고 외롭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도 그 순간을 포함한 모든 시간을 아버지 어머니께서 함께하시며 저에게 사랑과 은혜를 넘치도록 주고 계셨다는 것을요. 이 확신 덕분에 기쁜 일은 감사를 더하고 슬픈 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범사에 감사하고 항상 기뻐하라는 말씀에 나날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볼리비아에는 브라질 국경과 가까운 더운 아마존 지역, 해발고도가 3500미터에서 4200미터를 웃도는 추운 고산 지대, 고도 1000미터에서 2000미터 사이의 과일이 많이 나는 선선한 지역 등 갈 곳이 아주 많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늘 즐거운 마음으로 아버지 어머니를 전하다 보면 볼리비아 곳곳에서 잃어버린 하늘 가족을 다 찾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