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동남부의, 이름도 언어도 생소한 크로아티아. 그곳에서 뜨거운 여름과 차가운 겨울을 번갈아 경험하며 복음의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지난여름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로 단기선교를 떠났습니다. 유럽에서는 홀로 복음 밭을 일구시던 하늘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현지에서 처음 뱉어보는 크로아티아어가 꼬여서 인사말조차 제대로 못 할 때도 있었지만, 복음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길 바라며 부지런히 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하늘 가족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각오한 결과였습니다. 유럽에서 짧은 시간 안에 한 영혼을 인도하기란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를 핑계 삼아 아쉬운 결과를 합리화하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다가온 겨울, 저는 다시 크로아티아행 비행기표를 쥐었습니다. 이전의 기억이 남아 위축되거나 회피하기보다 어려움 앞에 ‘역시 안 되는구나’ 하고 포기하는 습관을 떨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힘들수록 하나님을 의지해 반드시 결실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선교를 준비했습니다.
의지를 새롭게 다졌으나 막상 현지에서는 ‘이래도 유럽에 복음을 전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햇볕이 뜨거웠어도 그나마 쾌적했던 여름 날씨와 달리 저희를 맞이하는 매서운 추위에 두꺼운 옷을 입어도 한기가 스며들었습니다. 한번 진리를 전하기 시작하면 20~30분가량 성경을 펴고 대화가 이어지는데, 점점 손발의 감각이 무뎌지고 가방도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개중에는 말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끝내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비성경적인 주장을 펼치다 가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확실한 성경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이토록 애타는 마음으로, 더 추운 환경에서 더 무거운 가방을 메고 복음을 전하셨으리란 생각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저를 찾아주셨고, 제가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냉담한 사람들 사이에서 진리를 찾는 영혼을 만나 말씀을 전하고, 그 영혼이 시온까지 함께 왔다가 돌아가는 일이 십여 일간 반복됐습니다. 하늘 가족을 찾을 듯 말 듯한 날들 속에서 함께하는 선교단원들과 지치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축복을 주셨으니 내일은 다를 것이라 서로 힘을 북돋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시라면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간절히 자녀를 찾으셨을 테니까요.
하루는 한 여성분을 만났습니다. 성령과 신부, 유월절을 전하며 엘로힘 하나님의 자녀가 되겠냐고 묻자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바쁘니 내일 다시 만나자는 겁니다. 약속을 해도 지켜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걱정이 됐지만, 아버지 어머니를 믿고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다음 날을 맞이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그분을 이끌어주셔서 마침내 귀한 한 영혼이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간절함과 인내로 찾은 우리 식구는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한 자매를 찾기까지 몇 명에게 말씀을 전하고 몇 번의 기도를 올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럴수록 커지는 것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이었습니다. 한 영혼이라도 더 복음을 듣기를 바라는 애타는 심정, 말씀을 듣고 있는 영혼이 구원받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원이 모여 아버지 어머니께서 축복의 문을 열어주셨다고 믿습니다.
크로아티아에서 보낸 시간은 짧았어도 제가 복음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기에 충분했습니다. 한명 한명의 마음 문을 간절히 두드리는 모든 순간이, 성경을 펼쳐 진리를 전하고 상대방의 질문에 대답하는 모든 과정이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영혼을 살리는 일임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유럽은 제게 복음이 어려운 지역이 아니라 진짜 ‘하면 되는 곳’입니다. 처음 크로아티아에서 어머니 하나님을 전했을 때는 못 들어봤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두 번째 갔을 때는 저를 보자마자 “여름에 당신에게 이걸 들었어요. 무얼 말하려는지도 알고 있어요. ‘어머니 하나님’이죠?”라고 물어본다거나,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아 놀랐습니다. 이곳에서 복음이 얼마나 활발하게 전파되고 있는지, 6개월간 현지 식구들이 얼마나 부지런히 말씀을 전했는지 느껴져 찡했습니다.
저를 유럽으로 보내주셔서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을 깨닫고 복음의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심에 진정 감사드립니다. 다시 ‘그럼에도 유럽에 복음을 전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 듯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그럼에도 하겠습니다”라고 답하며 불타는 믿음과 열정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듯, 저도 결단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갖고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