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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말, 사랑의 말

아야, 괜찮다

2026.0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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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이 어릴 적, 시아버지께서 큰 병환으로 병원에 계시다 퇴원하셨습니다. 너무 수척해진 모습에 제가 다 놀랄 지경이었지요. 그런 시아버지를 위해 시누이가 귀한 장어를 구해왔습니다. 저는 시어머니께서 시키신 대로 커다란 냄비에 장어를 넣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몇 시간을 고았습니다. 육지에서만 살았던 저는 그때까지 장어를 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장어를 어떻게 고고, 어떻게 먹는지도 몰랐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그만 건져도 되겠다는 시어머니 말에 저는 채반을 싱크대에 놓고 장어 국물을 들이부었습니다. 그 순간, 거동이 불편하신 시어머니께서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나 달려오시더니 싱크대에 흘러들어 가는 뜨거운 장어 국물을 맨손으로 훔쳐 담으셨습니다. 그제야 저는 ‘이거 뭔가 잘못되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상황 종료, 그야말로 엎질러진 물, 아니 엎질러진 장어 국물이었습니다. 시아버지 몸보신용으로 몇 시간 푹 고아 뽀얀 국물을 우려낸 것인데, 살림 경험이 없던 저는 장어 살만 먹고 국물은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요.”

    저는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큰 사고를 쳤으니 야단치는 소리가 들릴 법도 했건만 시부모님께서는 화는커녕 잔소리 한마디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당황한 저를 달래주셨습니다.

    “아야, 괜찮다. 아이들 고모한테는 아무 말 말거라.”

    그 일은 그날, 그 순간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저와 돌아가신 시부모님만 아는 비밀이 되었지요. 그날을 생각하면, 어려운 형편에 비싼 장어를 사온 시누이와, 몇 시간 동안을 지켜보시며 장어를 곤 시어머니, 기력 회복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마음만 쓰이게 해드린 시아버지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시아버지의 병구완에 쓸 귀한 음식을 쏟아 버린 철없는 며느리를 보며 몇 날 며칠 잔소리를 해도 부족할 만큼 화가 많이 나셨을 테지요. 그 소식을 시누이가 들었다면 저를 탓했을지도 모르고요.

    어린 나이에 결혼해 살림에 서툰 며느리가 마음을 다칠세라 아무 말 없이 실수를 덮어주시며 괜찮다고 해주신 시부모님의 배려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그 사랑이 밑거름이 되어 저도 다른 사람의 실수에 관대해지는 것 같습니다. 상황 자체로 인한 제 마음과 형편보다 상대가 느낄 기분과 입장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요. 저도 겪어봤으니 그럴 수 있다 싶습니다.

    자녀들의 허물을 탓하지 않으시는 하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죄로 인해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는 자녀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혹 잘못과 실수가 있더라도 “인생이라 그럴 수 있단다” 하시며 한없는 사랑으로 자녀들을 품어주시는 하늘 어머니. 그 사랑은 우리가 날마다 시온에서 웃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저도 타인의 허물을 감싸주는 따뜻한 말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웃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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