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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깨끗한 방

2025.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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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방을 제대로 치우지 못했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나면 급하게 꺼낸 옷가지와 빠진 머리카락으로 방은 폭풍이 휘몰아치고 간 것처럼 난장판이 되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방이 늘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아침에 보이던 머리카락도 사라졌고 널브러져 있던 옷들도 정리되어 있었다. 처음엔 눈치채지 못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저 침대에 눕기 바빴으니까.

    번아웃이 오면 간단한 정리정돈도 하기 힘들어하는데다 어수선한 방 때문에 더 쉽게 무기력증에 빠진다고 한다. 어질러진 방 때문에 내가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나를 걱정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청소해 주신 분은 누구일까. 바로 엄마였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옷을 정리하고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널브러진 책들을 다시 세워놓았다. 방을 치우며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아마 오늘도 딸이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셨을 것 같다.

    내가 집에 도착하기 바쁘게 방으로 쏙 들어갈 때면 오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닌지 살피시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엄마를 보며 하늘 어머니가 생각났다. 엄마가 딸이 행복하길 바라며 늘 안위를 살피듯, 자녀를 향한 하늘 어머니의 마음도 이와 같으리라. 엄마를 통해 당신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신 하늘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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