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한여름의 휴일 아침,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작은 배낭 하나에 간단한 간식과 물을 챙겨 고향집을 걸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거리는 15킬로미터 정도, 천천히 쉬어가며 걸으면 3시간가량 소요될 것 같았습니다. 백일홍, 이팝나무꽃 향기가 지친 몸을 달래줍니다. 차로 가면 금방 가던 길을 걸어서 거려니 멀게만 느껴집니다.
“엄마, 나 오늘은 걸어서 집에 갑니데이!”
“야야, 어디라꼬 이 더운데 걸어 올라카노!”
전화기 너머로 걱정이 담긴 엄마의 음성이 들려오길래 한마디 덧붙입니다.
“엄마, 도착하면 시원한 오이냉채에 칼국수 좀 해주이소!”
고된 길이지만 고향집에 엄마가 계시고 엄마가 만드신 손칼국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고향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저를 반겨주십니다. 엄마는 제가 오는 것을 보고서야 썰어둔 칼국수를 끓는 육수에 넣었습니다. 시원한 얼음을 넣은 오이냉채를 곁들여 칼국수 두 그릇을 비웠습니다. 다시 걸어서 가야 할 시간. 엄마의 걱정을 뒤로하고 고향집을 떠나옵니다.
이제는 엄마의 손칼국수를 먹을 수 없습니다. 편찮으셔서 요양병원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지금도 막내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엄마가 제 곁에 계시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엄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