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동시에 남편을 따라 부산으로 왔습니다. 낯선 도시로 이사 온 제가 안쓰러웠는지 시온 가족들은 저를 살뜰히 챙겨줍니다. 특히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부산 길이 익숙지 않은 제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곤 합니다.
“동래구는 부산에서도 내륙이에요. 자매님한테 바다를 보여줘야 하는데. 광안리도 해운대도 차로 가면 금방이거든요.”
“자매님, 다대포는 저녁에 가면 석양이 끝내줍니다.”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국밥집, 시장 내 제가 좋아할 만한 떡볶이 가게, 수선을 잘하는 세탁소…. 최근에는 저와 잘 맞을 것 같은 미용실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곳을 한 군데씩 알아가고 적응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식구들이 해주는 부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득 가슴이 시리도록 하늘 아버지가 그리워집니다. 우연히 한 지역을 지나가던 날도 그랬습니다.
“자매님, 이 동네에는 오래된 집들이 참 많아요. 아버지께서 여기도 많이 오셨겠지요?”
“그렇겠네요. 아버지께서 부산 이곳저곳 얼마나 다니셨을까요?”
부산은 높은 지대에도 집이 많다며, 식구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정말 산을 깎은 지대에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저기도 오르시며 말씀을 전하셨을까요?”
“그럼요. 이 골목 저 골목 다 다니셨죠.”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가팔라 보이는 동네를 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두터운 양복, 무거운 가방에 구둣발로 언덕을 오르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떠올리다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부산은 아버지 향기가 많이 나는 도시입니다. 골목골목을 지날 때마다, 특히 넓은 바다를 볼 때는 아버지가 더욱 그립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많은 것이 변했을 테지만 바다만큼은 아버지께서 머무르신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식구들의 말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접하는 그 시절 이야기로 아버지를 그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오늘도 저를 향한 식구들의 배려가 이어집니다.
“자매님, 경상도 사투리가 좀 세게 들리지 않아요?”
“놀라지 마이소. 우리 싸우는 거 아닙니다.”
서로 이야기하다 저를 보고 웃으며, 혹여 말투나 억양 때문에 제가 오해할까 살피는 식구들의 마음이 따듯하게 느껴집니다. 늘 인자하게 웃음 지으시며 자녀들을 살펴주셨던 아버지 향기가 가득한 이곳에서, 저도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골목마다 복음의 발자취를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