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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버지가 보고플 때면

2024.10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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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는 큰 어선의 기관사였다. 고기를 잡으러 한번 바다에 나가면 몇 달씩 바다에서 생활하곤 하셨다. 집에 올 때면 막내인 나를 많이 챙기셨다. 맛있는 음식과 장난감을 사주고 어디 갈 일이 있으면 항상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사람들이 “아들 참 귀엽네요” 하면 “그렇죠? 늦둥이라 그런지 너무 귀여워요”라며 나를 보곤 흐뭇해하셨다.

    그렇기에 나는 아버지가 바다에 가면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오실 때가 되었는데 안 돌아오면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언제 오시느냐고 보챘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내 손을 잡아 머리를 쓰다듬게 하면서 “이렇게 ‘아빠, 빨리 오세요’ 하면 금방 오시지”라고 하셨다. 나는 어린 마음에 정말로 아버지가 얼른 오리라 믿고 머리를 열심히 쓰다듬으며 “아빠, 빨리 오세요”를 수도 없이 외쳤다. 신기하게도 그러다 보면 아버지가 돌아와 기분이 좋았다. 그런 나를 보며 행복해하시던 아버지 모습 뒤에 위험하고 힘든 삶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한번은 아버지가 바다에 나갔다가 사고로 크게 다쳐 입원하셨다. 어머니는 내게 아버지의 생활이 어떤지 알려주셨다. 큰 파도의 위험에 맞서는 일상, 고기를 잡기 위해 밥을 거르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날들…. 아버지는 우리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그런 하루하루가 어려워도 참고 견디며 우리한테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는 얼굴만 보이셨다.

    병상에 누워 계신 아버지를 보고 왈칵 눈물이 나와 아버지를 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때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아빠는 괜찮으니 울지 말라하시며 흘리시는 눈물에서 그간 감춰뒀던 아버지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아버지를 볼 수 없어도 그 사랑은 항상 내 가슴에 자리 잡고 있다.

    아버지들은 다 그런가 보다. 우리를 살리려 이 땅에 오신 하늘 아버지께서도 37년간 희생과 고난의 길을 걸으셨으나 자녀들에게는 늘 따뜻한 미소와 함께 모든 것을 내어주셨다. 하늘 아버지가 그립고 보고플 때면 성경을 펼쳐 더욱 부지런히 말씀을 상고하고, 형제자매를 마음 다해 사랑하리라 다짐한다. 어머니 말씀대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를 부르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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