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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보이는 희생의 삶을 통하여

202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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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시절 농촌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없는 살림에 사 남매를 키우느라 온갖 허드렛일에, 품앗이에 안 해본 일이 없으셨다.

    여름에 아버지는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논에 나가 피를 뽑고 물꼬를 트셨다. 물꼬를 살피기 위해 새벽을 지새우실 때도 있었다. 겨울에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아랫목이 온기를 유지하도록 아궁이에 불을 지피셨다. 그 덕에 우리 남매는 추위에 떨지 않고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었다. 겨우내 땔 나무를 구하기 위해 아버지는 겨울이 오기 전 시간 날 때마다 나무를 해와서 산더미처럼 쌓아 놓으셨다.

    철부지 어린아이의 눈에 아버지는 잠이 없어 보였다. 아니, 잠을 안 자도 되는 줄 알았다. 뒤늦게서야 아버지는 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잠을 참고 일어나 고생하셨던 것임을 깨달았다.

    무더운 여름날, 아버지가 논일하고 들어오시면 나와 언니가 등목을 해드렸다. 아버지 등허리에는 수백 개가 넘는 물집이 있었다. 허리를 숙이고 피를 뽑는 동안 옷이 앞쪽으로 쏠려 허리 부분이 햇볕에 그을린 탓이었다. 물집이 한 개만 있어도 아프고 쓰라릴 텐데, 아버지는 수백 개의 물집을 등에 얹고서도 아픈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뜨거운 여름날에는 논일, 밭일로 고생하시고 추운 겨울날에는 온 동네 품앗이를 다니느라 언 몸을 녹일 새도 없으셨다. 그런 아버지의 삶이 너무 고돼 보였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교실에서 공부하다가 아버지 걱정을 하곤 했다. 햇볕이 내리쬐는 밖을 보면서 ‘아버지는 지금도 일하고 계실 텐데…’ 하고 걱정하고, 겨울이면 ‘아버지 추우실 텐데…’ 하며 사계절 내내 조마조마했다.

    때로 하늘 아버지 고난의 세월이 문자적으로만 느껴지면 헌신적으로 사 남매를 키우신 아버지의 삶을 떠올린다. 고난과 역경과 수모와 서러움을 어찌 육의 아버지만 느꼈으랴. 그보다 더한 고통을 감내하시며 자녀의 죄를 대신 짊어지신 하늘 아버지의 삶은 얼마나 고단하셨을까. 가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 희생의 삶이 오롯이 마음에 투영되지 않는 듯하다. 자녀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아버지의 희생을 느끼게 되는 내용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왜 우리는 꼭 눈으로 보아야만 아버지의 희생을 깊이 느낄 수 있을까. 참으로 어린아이 같은 우리의 모습이다.

    육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당신의 희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도록 해주신 하늘 아버지. 자녀들을 위한 희생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신 아버지. 오늘따라 아버지가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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