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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엄마의 이야기

2024.08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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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는 몇 년 전부터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한글배움교실에 다닙니다. 글을 몰라서 겪었던 설움과 배우지 못한 한을 풀며 열심히 한글을 익히는 모습이 정말 즐거워 보입니다. 얼마 전에는 학업에 성실하고 적극적인 모습이 모범이 된다고 우수상도 받았습니다.

    하루는 엄마가 숙제를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글로 작성하는 과제였는데 아직 글짓기는 서툴다며 당신의 구술을 대필해 달라는 부탁이었지요. 흔쾌히 펜을 들고 몇 글자 받아쓰다 울컥했습니다. 늘 들어왔던 엄마의 이야기였는데 막상 글로 적으면서 들으니, 엄마의 애환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엄마도 지난 세월이 떠오르는지 가만히 눈물을 훔치며 말했습니다.

    “너거들 땜에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았지. 그 세월을 어찌 글로 다 적겠냐.”

    애써 눈물을 참으며, 푸념하듯 풀어놓는 엄마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썼습니다.


    생각하면 아프고 슬프고 고달픈

    파란만장한 나의 지난 세월

    열아홉에 없는 집에 시집와서 다섯 자식 낳고

    병으로 일찍 저세상으로 가버린 남편이 괘씸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공장이며 막노동에

    말도 못 하게 고생했다

    그래도 자식들 다 성장하여 나를 보살피니

    서러움은 잊고 살지만 글 모르는 두려움은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다

    쓰다 남은 빗자루같이 너덜너덜한 몸뚱이지만

    한 자 한 자 알아가는 글공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겁고 재미있다

    글공부를 더 많이 해서 서러운 이야기가 아니고

    행복한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가난한 형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홀로 다섯 자녀 키우느라 아프고 고달팠을 엄마의 인생이 짧고 투박한 글 속에 깊게 배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다 커서 당신을 돌보는 자식들 덕분에 서러움을 잊었다고 하지만 그 고생의 흔적은 엄마의 마음속 깊은 곳에 고스란히 남았겠지요.

    지난했던 엄마의 삶을 돌아보니 홀로 된 여인의 몸으로 자녀만을 위한 생애를 살아가시는 하늘 어머니의 사랑이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바다를 먹물 삼고 하늘을 종이 삼은들 희생으로 점철된 하늘 어머니의 삶을 다 적을 수 있을까요. 당신께서 당한 고난은 기억지 않으시고 오직 자녀들이 삶의 전부, 관심의 전부라며 미소 지으시는 하늘 어머니. 하늘나라에 영원히 기록될 하늘 어머니의 이야기가 앞으로는 행복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어머니께 위로와 기쁨을 드리는 장성한 자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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