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지요. 복음 안에서 한 영혼을 찾으려면 많은 시간과 기도가 필요하고 그 영혼이 복음 일꾼이 되려면 더 많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대만에서 선교하며 값진 결실을 얻기까지 제가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늘 함께해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식구들의 아름다운 마음 덕분이었습니다.
처음 대만 타오위안으로 3주간 단기선교를 갔을 때,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선교를 마무리했습니다. 마음이 괴로웠지만 제 복음 시야는 더욱 넓어졌습니다. 한국에서와 달리 매우 적은 식구가 복음을 위해 수고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명을 찾더라도 일꾼으로 성장할 하늘 가족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현지 식구들이 좋은 나무가 되도록 하늘 어머니의 사랑으로 돕는 일도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이 모든 일을 하기에 3주는 너무 짧았습니다. 저는 무엇이든 보탬이 되자는 결심으로 다시 대만으로 날아갔습니다.
대만에는 민간신앙이나 도교, 불교를 믿는 사람이 많아 가정집이나 길거리에서 제단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고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말씀을 듣고 다음 약속을 잡더라도 못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말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거기까지였고 엘로힘 하나님을 영접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한 달이 지나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점점 지쳤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혹여 식구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됐습니다. 현지 식구들은 서로를 제 몸같이 여기며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살피고 응원했습니다. 공부 약속이 생기면 자신의 일처럼 관심을 갖고 그분이 말씀을 잘 듣고 있는지 매일 물어보며 기도해 주었습니다. 그런 식구들의 사랑이 저를 다시 일으켰습니다. 설령 뚜렷한 결과가 없더라도 식구들에게는 힘을 주겠다고 다짐하며 밤마다 하나님께 기도드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절대 우리 손을 놓지 않으심을 되새기며 기도 한 번, 메시지 한 통에도 간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40여 일이 지나고 드디어 다디단 첫 열매를 허락받았습니다. 하루에 두 명이 하나님 품으로 나아온 것입니다. 한 분은 여러 번의 일정 변경 끝에 만나 하나님을 영접했습니다. 다른 분은 식구들과도 인연이 있었는데, 저와 만나기 전후로 다른 식구들과도 만나 몇 번이나 말씀을 들은 분이었습니다. 저희와 공부하기로 한 날짜가 가장 가까워 당일에 그분과 저녁 식사 후 성경을 살폈습니다. 그분은 처음에 전한 말씀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고 새로운 내용도 잘 이해했습니다. 유월절의 축복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었더니 “지키는 건 이렇게 간단한데 유월절에 담긴 축복은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라며 기쁘게 구원의 표를 받았습니다.
새 생명이 탄생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식구들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습니다. 한 영혼을 위해 정성껏 말씀을 전하고 마음 모아 기도해 준 식구들에게 무척 고마웠습니다. 이후 현지 식구들도 열매를 맺어 타오위안 시온에 즐거움의 노래가 가득했습니다.
얼마 뒤 한 달간 같이 복음에 힘쓰던 식구들이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중 한 분과 연결된 어느 여성분이 있었습니다. 말씀을 더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당시 너무 바쁘니 2주 뒤에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다. 소중한 인연이었기에 시간이 걸려도 기다렸습니다.
다시 만나기로 한 날, 그분은 약속한 시각에 딱 맞춰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성경을 살피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바로 질문하는 열정적인 분이었습니다. 특히 새 언약 유월절에 큰 관심을 보여 다음에 더 자세히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열흘 뒤 만나기로 해 그사이 잊지는 않을까 조금은 걱정됐지만 이분이 하나님의 자녀라면 반드시 다시 만날 테니 걱정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약속 당일, 혼자 교회까지 찾아온 그분에게 유월절과 침례에 대해 설명하며 죄 사함과 새 생명의 축복을 받길 권했습니다. 그분은 아주 좋다면서 침례를 받은 다음에는 뭘 해야 하는지 먼저 물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성경대로 토요일에 안식일 예배를 드린다고 하자 자신은 토요일에 자주 일이 있는데 조정해 보겠다며 규례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에 관한 성경 예언까지 모두 확인한 그분은 육체로 오신 성령과 신부를 믿느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답하며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시온의 향기에서 듣기만 하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니 정말 놀라웠습니다.
자매님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던 집사님이 저를 가리키며 “이분이 왜 대만에 왔겠어요? 하나님께서 오신 나라에서 태어나 진리를 영접했기 때문에 대만까지 복음을 전하러 온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님께 받은 사명이 무엇인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대만 식구들은 환난과 핍박이 있어도 움츠러드는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하나님 영광의 빛이 더욱 퍼질 거라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아버지 어머니를 증거합니다. 진리를 듣고도 끝내 돌아서는 사람들을 보면 “왜 우리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할까요? 나중에라도 꼭 다시 만나면 좋겠어요”라며 마음 아파합니다. 엄마를 따라 어린 시절 진리를 영접한 제게 부족했던, 말씀에 대한 확신과 한 영혼을 긍휼히 여기는 어머니의 사랑이 식구들에게 가득했습니다. 이렇게 굳건한 믿음을 가진 식구들의 소원은 오직 하늘 어머니께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는 식구들을 보며, 제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많은 축복을 받았는지 실감했습니다.
거저 받아 때로는 당연하게 누린 은혜에 보답드릴 길은 전 세계에 흩어진 하늘 가족을 찾는 데 앞장서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은 제가 대만에 머무는 마지막 날까지 ‘어머니의 나라’에서 온 선지자로서 하나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전하려 힘을 쏟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복음의 결과가 적은 곳은 어렵고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대만에서의 7개월 동안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매일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식구들을 통해 진정한 어머니의 사랑을 배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하나님께 간절히 구해보고, 한 영혼이 알곡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복음 안에서의 고난은 좋은 고난”이라는 말씀을 체감했습니다. 이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여전히 습관처럼 진리를 받아들이고, 오직 결과를 내기 위해 복음을 전했을지 모릅니다. 제게 필요한 부분을 넘치도록 채워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다시 세계복음 완성을 위해 달리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보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