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약 7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입니다. 현재 200여 곳에 시온이 세워져 있지만 각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고 지방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진리를 듣지 못한 사람이 여전히 많습니다. 선교지인 타클로반이 속한 동비사야 지방도 시온이 없는 도시가 여럿입니다.
저희는 타클로반 복음 완성에 도움이 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며 단기선교 준비 과정에서부터 단원들끼리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힘썼습니다. 수시로 준비 상황을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했고, 매주 영상통화를 통해 현지어로 진리 발표를 연습했습니다. 각자 일과에 선교 준비를 병행하느라 바쁘게 움직여야 했지만 출국일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선교에 대한 기대감은 부풀었습니다.
드디어 타클로반 선교의 막이 올랐습니다. 봉사활동과 행사 일정이 빡빡해 말씀을 전할 시간이 적어서 매 전도 시간이 소중했습니다. 현지에 도착한 이튿날, 첫 전도에 임하며 저는 모든 단원이 열매 맺기를 구했습니다. 현지 식구들도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함께 말씀을 전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이날 단원 7명 모두가 하늘 가족을 찾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체험한 저희의 마음속에는 ‘하면 된다’는 믿음, 행복과 감사가 가득했습니다.
하루는 바이바이 지역 식구들과 힘을 모아 아직 교회가 세워지지 않은 오르목 지역에서 전도했습니다. 오르목 주민들은 저희에게 생소한 비사야어를 주로 사용하는 데다 기존 신앙이 깊이 뿌리내려 있었습니다. 진리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지만 오르목 시온의 기둥을 반드시 찾겠다는 각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저희 단원이 영어로 진리를 전하면, 타클로반 식구는 필리핀어로, 바이바이 식구는 비사야어로 부연 설명을 하며 정성껏 구원의 소식을 알린 결과, 오전에 한 영혼이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오후 전도를 나서면서 제 머릿속에는 ‘나는 열매를 맺지 않아도 좋으니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우리 단원들, 현지 식구들이 열매를 맺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습니다. 더구나 저희에게 이 시간은 오르목에서 말씀을 전할 마지막 기회였기에 만나는 사람마다 ‘이 영혼이 하나님 품으로 인도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영적으로 캄캄한 이 세상에 홀로 복음의 길을 걸으신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진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 싶어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내 옆에서 함께 전도하는 식구가 정말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식구가 더위에 지칠까 30분이고 1시간이고 부채질해 주면서도 힘든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전도하다 보니 오후에는 10명의 하늘 가족을 찾았습니다. 예정했던 시간을 넘겨 해가 질 때까지 복음을 전하고 모인 저희는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습니다. 이날의 전도가 오르목 시온 건설의 초석이 되기를 마음 다해 바라며 타클로반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날마다 새 생명의 축복을 받는 영혼을 더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예배드리러 오는 새 식구는 많지 않았습니다. 오겠다고 약속했다가도 당일에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겼다며 오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무거워진 저희 속마음을 눈치챈 당회장님은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하늘 어머니 말씀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우리가 큰 역사를 경험하면서 자칫 교만해질까 염려하신 하나님께서 인내의 시간을 주시는 것이니 다시 한번 간절히 구하자”는 당회장님의 격려에 울컥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간구하고 전하면 분명 알곡 열매를 주시리라는 확신에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이후, 오르목의 새 식구들이 한집에 모여 안식일 예배를 드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르목 시온 건설이 한층 가까워진 것 같아 기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어느덧 선교 일정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마지막 날,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었습니다. 애타는 마음에 무더위에도 다 같이 전도를 나갔습니다. 성경을 공부하러 온 사람들로 어느새 시온이 가득 찼습니다. 쉰 목소리로 힘차게 진리를 전하는 식구, 물을 떠오는 식구, 곁에 앉아 발표에 호응해 주는 식구, 침례 준비를 돕는 식구 등 모두가 하나 되어 생명 살리는 데 동참했습니다. 그날도 10명이 구원의 약속을 받았습니다.
선교 여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연합’이었습니다. 단원 간 연합을 위해 일과를 마치면 숙소에서 ‘미안해요 고마워요 칭찬해요’ 모임을 가졌습니다. 선교 중 어려웠던 점을 돌아보고 서로 미처 알아주지 못했던 점을 사과했습니다. 은혜로운 부분을 칭찬하고 고마움을 전하면서 단원들끼리 배려하고 사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현지 식구들에게도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려 애썼습니다. 식구들을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예배마다 영어와 필리핀어 성가를 준비해 식구들을 향한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현지 식구들도 저희를 챙겨주며 함께 ‘주는 사랑’을 실천하다 보니 자연스레 연합이 이뤄졌습니다. 사이가 단단해질수록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사실이 모두의 마음에 새겨졌고, 어려웠던 순간도 힘을 합쳐 잘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2주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저희는 목표했던 것보다 더 많은 하늘 가족을 찾아 풍성한 결실을 얻었습니다. 귀국 후, 선교 기간 중 진리로 나아온 새 식구가 가족을 시온에 초청해 하나님 품으로 인도했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저희의 부족함을 채워주신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었다면 절대 이루지 못했을 결과입니다. 자녀들의 연합을 기뻐하신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 믿습니다.
이번 선교를 통해 새벽이슬 청년으로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믿음을 굳건히 하고 형제자매와 연합하며, 구원의 소식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