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에 쓸 홍고추를 사다 옥상에서 말렸다. 고추를 하나하나 겹치지 않게 펼쳐놓았다.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빨간 고추가 더없이 예쁘고 정겨웠다.
고추를 잘 말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찬 기운이 스미지 않게 저녁에 고추를 걷었다가 아침에 다시 널어야 했고 비를 조금이라도 맞으면 고추 색깔이 거무튀튀해지거나 썩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를 살폈다. 날이 흐려진다 싶으면 외출했다가도 황급히 귀가했다. 가을 햇살에 바짝 말린 고추를 방앗간에 가져가 곱게 갈기까지 몇 날 며칠 정성을 쏟았다. 고운 고춧가루로 김장할 생각을 하니 내심 흐뭇했다.
자녀들의 영혼을 돌보느라 노심초사하시는 하늘 어머니의 삶이 이러하리라. 한 자녀 한 자녀 애타는 마음으로 보살피시며 영원한 행복으로 인도하시는 어머니의 희생을 기억하며 믿음의 길 끝까지 걷겠노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