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계신 친정엄마가 손수 농사지은 마늘을 해마다 보내셨지만, 베란다 한쪽에 택배 상자를 두고는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마늘을 잘 먹고 있느냐는 엄마의 전화에는 대충 얼버무렸다. 한참 후에 보면 마늘은 빈 껍질만 남아 있곤 했다. 마늘 박스를 통째로 버릴 때면 엄마의 정성을 함께 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허리를 굽혀 일하고 땀에 흠뻑 젖어 저녁이 다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던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연세도 많으신데 자식들 먹이는 기쁨에 여전히 밭에 나가는 엄마에게 못내 죄송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엄마표 마늘을 받았다. 껍질을 까서 꼼꼼히 빻고 조금씩 나눠 담아 냉동실에 보관했다. 오래 두고 보관할 것은 상하지 않도록 신문지로 잘 싸두었다. 요즘은 요리할 때마다 마늘을 듬뿍듬뿍 넣고 있다. 엄마에게 마늘을 잘 먹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야겠다. 엄마는 전화기 너머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