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었다. 길목마다 핀 노란 개나리와 하얀 목련이 완연한 봄기운을 더한다. 봄꽃의 대명사인 벚꽃도 활짝 펴서 거리마다 봄 정취를 자아낸다.
집 근처에 벚나무가 많이 심겨 있는데 딱 한 그루를 제외하고 모두 만개했다. 기쁜 마음에 셔터를 눌러보지만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그 한 그루 때문에 사진이 예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삼 일 뒤 봄비가 내렸다. 가지마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비바람에 모두 떨어졌다. 벚꽃이 피고 일주일만의 일이라 사진을 좀 더 찍어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그동안 잠잠하던 벚나무가 봄비가 내린 뒤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늦게 피운 만큼 오래도록 봄바람에 살랑이며 아름다움을 뽐냈다.
시온 식구들을 대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자기만의 속도를 가진 식구들을 보며 내 열정의 속도와 맞추지 못한다고 조급해한 적도 있었다. 식구들도 저마다 아름다운 복음의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르겠지. 이제는 기다리고 격려하며 도와주는 사람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