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크게 띄지 않는 옷, 몸에 달라붙지 않는 옷, 엉덩이가 가려지는 옷, 무난한 옷… 나는 그런 옷을 좋아한다.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인 중 한 명은 미술을 전공하고, 옷가게를 30년가량 운영하고 있다. 손님들의 체형이나 스타일을 감안해서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 주는데, 하루는 내가 지인의 가게에 잠시 앉아 있는 사이 한 손님이 들어왔다. 지인이 손님에게 몇 가지 옷을 권하자 손님이 갈아입고 나왔다. 옷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가게에 들어올 때 입고 있던 옷보다 갈아입은 옷이 더 잘 어울리고 예뻤다. 하지만 그분은 몇 벌을 입어보면서도 스타일을 쉽게 바꾸지 못하고 결국 본인의 옷과 비슷한 느낌의 옷을 사갔다.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입기 편할지, 예쁜지 이것저것 물어보며 옷을 고르던 모습을 지켜본 나로서는 참 아쉬웠다.
평소 옷을 고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옷가게 사장님이 잘 어울리는 옷을 권하고, 친구가 내게 잘 맞는 옷을 알려줘도 “이건 짧아요”, “이건 색이 너무 진해요”, “이건 바지통이 좁고, 이건 너무 넓은걸요” 하며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고집했다. 나와 비슷한 손님을 보니, 지켜보던 사장님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이 갔다. 옷은 자기 취향대로 입으면 된다지만 옷가게 사장님이나 안목이 있는 분들이 추천해 주는 옷이 훨씬 예뻐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도 주변의 권유대로 큰 변신까지는 아니지만 옷 스타일을 바꿔봤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으니 말이다.
문득 하늘 영광의 옷을 입게 될 날을 생각해 봤다. 육체의 옷 입은 우리를 천사의 옷으로 갈아입혀 어여쁘게 변화시켜 주실, 영적 창조의 전문가이신 하늘 어머니께서 늘 말씀 주신다. 천국에 들어갈 우리는 겸손의 옷, 연합의 옷, 감사의 옷, 웃음의 옷, 희생의 옷, 배려의 옷, 형제자매 칭찬의 옷, 사랑의 옷, 하늘 소망의 옷을 입어야 잘 어울리고 예쁘다고. 그런데도 ‘지금이 편하니까’, ‘어색하니까’, ‘남들 눈에 띄니까’, ‘귀찮으니까’라는 핑계로 변화를 거부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게으름과 나태의 편한 옷, 교만으로 변색된 옷, 믿음이 식어진 낡은 옷을 걸치고 있다면 다 벗어버리려 한다. 하나님의 딸, 천상의 공주답게 부지런함, 겸손, 사랑, 용기, 소망, 웃음, 희생, 연합의 아름다운 영적 옷을 날마다 잘 갖춰 입어야겠다.
지금도 어머니께서는 천상에서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고 계신다. 어색하고 힘들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을 과감하게 버리고 어머니께서 골라주시는 아름다운 어머니 교훈의 옷을 입고 살아가야지. 아, 천상에서 천사들이 “역시 어머니께서 골라주신 옷이 가장 예쁘고 잘 어울립니다” 하는 말이 벌써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