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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말, 사랑의 말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련만

2025.08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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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 생일을 준비하며 풍선 전문점을 찾았다. 자기 이불 옆에 풍선이 둥둥 떠 있으면 좋겠다는 아들의 말이 생각나 큰맘 먹고 헬륨 풍선을 샀다.

    제멋대로 날아가려는 풍선을 꼭 붙잡아 차에 태우고(?) 다른 마트 한 곳에 더 들렀다가 집에 가려던 차였다. 날이 더워서인지 풍선 가스가 조금 빠진 듯했다. 아들 생일까지 이틀이나 남았는데 그사이 풍선이 뜨기는커녕 바닥에 가라앉아 버릴까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풍선을 사는 데 들인 금액과 정성이 아까워 풍선을 환불받으려고 다시 풍선 전문점으로 향했다. 상점 앞에 내려 풍선을 꺼내려는데 거짓말처럼 풍선이 다시 팽팽해져 있었다. 결국 그대로 풍선을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전하는 내내 룸미러로 풍선을 힐끗거리면서 팽팽한 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랐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염려했던 대로 풍선에서 가스가 약간 빠져 있었다. 너덜대는 풍선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다시는 이런 풍선에 돈 낭비, 시간 낭비는 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다.

    그로부터 열흘 넘게 지나, 팽팽하진 않지만 보란 듯이 아들 책상 위에 둥둥 떠 있는 풍선을 발견했다. 그 모양이 마치, 별것 아닌 일에 얼굴을 붉히며 어른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어리숙한 나를 질책하는 듯했다.

    비단 풍선 사건뿐일까. 큰일이 아닌데도 덜컥 화부터 냈던 지난날의 내 모습들이 스치며 새노래 가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련만 나의 죄악 가시 되어 너의 가슴 찔렀지 돌아서서 내가 옳았노라고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고 변명하는 죄악된 모습이여”(새노래 ‘아름다운 모습으로 씻어주소서’ 중)

    화를 참지 못하고 내뱉은 부주의한 언행으로 얼마나 많은 시온 식구들이 상처를 받았을지 걱정된다. 당시 얼굴을 찌푸리거나 불평불만을 품었던 데는 내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거나, 정성을 들였던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걱정으로 전환돼 마음이 무거웠을 수도, 불편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는 지레짐작에 괴로움과 답답함이 표출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힘겨웠던 상황일지라도 금방 지나갔고, 나중에 되돌아보면 그리 화를 낼 상황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때가 많았다.

    아직 방 한구석에 둥둥 떠 있는 풍선을 생각하면서, 앞으로는 마음이 불편하거나 화가 나는 순간을 맞닥뜨리더라도 새노래를 부르며 웃음으로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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