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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특집] 내 고향 돌산

2024.1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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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시작점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고향을 다룬 사진과 글을 모았습니다. 고향에 관한 추억을 나누고 자신의 원점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우리 영혼이 비롯된 그리운 하늘 본향을 향해 더욱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는 엘로히스트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내 고향은 여수 돌산도의 둔전마을이다.

    고개 하나만 넘으면 깊고 푸른 바다가 있어 사시사철 아버지 안줏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뱃사람이 아닌 농사꾼이면서 썰물 때를 어찌 그리 잘 아는지 토요일 방과 후면 시간 맞춰 나를 바닷가로 보냈다. 고둥, 해삼, 홍합, 청각, 미역까지 눈에 보이는 대로 다 따서 소쿠리에 담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밀물 때가 되어서야 고개를 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오는 도중 산등성이에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누군가 옷깃을 잡아당기는 기분이 들어 울먹거리며 달음질해 지나갈 때가 많았다.

    3월과 9월에 한 번씩은 한 사람당 300원인가를 내고 바지락을 캘 수 있었다. 엄마는 바빠서 못 가고 언니는 동생들 돌봐야 한다고 못 가고 결국 바지락 캐기도 항상 내 몫이어서 당시 나는 불만이 많았다.

    마을을 둘러싼 산은 아이들에겐 재밋거리가 많은 놀이터였고, 마을 사람들에겐 생계유지를 위한 일터였다. 나도 일손을 보태 땔감을 구하러 다니고 염소 먹일 풀을 뜯었다. 봄이면 쑥이며 냉이, 산나물을 뜯어다 팔고, 가을엔 엄마와 온갖 약초를 캐러 다녔다. 그러다 메추리알이나 꿩 사체를 발견하면 얼마나 좋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가마솥에 볶은 꿩고기는 참 맛있었다.

    언제부턴가 마을에서 갓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논을 갓 심을 밭으로 개량하고 비닐하우스가 하나둘 지어졌다. 지금은 가족 단위로 갓 생산부터 갓김치 제조까지 하는 곳이 많다. 홈쇼핑을 틀면 돌산 갓김치를 파는 방송을 흔히 볼 수 있고 갓김치를 사려는 관광객이 늘어 여수 패키지여행 코스에 갓김치 공장 방문 일정이 포함됐다고 한다. 마을에 갓김치를 실어 나르는 택배 차량이 얼마나 많은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우리 집 다랑이 논도 갓들이 푸르른 잎을 자랑하는 밭이 된 지 오래다. 밭을 갈고 골을 내고 씨를 뿌리고 솎아내고 거름을 주고 망을 덮고 열고…. 다른 농작물도 마찬가지겠지만 갓을 가꾸는 데도 할 일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래도 부모님은 기쁘게 갓 농사를 짓는다.

    갓 재배로 풍경은 바뀌었지만 그래도 나는 내 고향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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