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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어찌 견디시렵니까

2024.1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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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시절 좁은 방에서 네 자매가 올망졸망 잠을 잘라치면 먼저 잠자리에 든 엄마의 신음이 들렸다.

    “아이고, 아이고….”

    두 살 터울 언니랑 나는 엄마가 많이 아픈 건 아닌지 걱정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어디 아픈지 언니가 꼭 물어봐. 알았지?”

    “알았어.”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는 이미 들로 나간 뒤였고, 우리는 물어보지도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곤 했다.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도 그랬다. 먼저 잠자리에 든 엄마의 앓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어디가 가장 많이 아파? 수술한 데가 아픈 거야? 허리야? 다리야?”

    엄마는 수술한 곳도 그렇고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어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했다.

    요즘 나도 그렇다. 내가 그때 엄마의 나이가 되고 보니 외출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설거지할 때, 빨래 갤 때, 밤에도 낮에도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와, 깜짝 놀라곤 한다. 그렇다고 내 삶이 엄마의 삶처럼 고된 것도 아닌데 손 마디마디부터 허리, 어깨, 다리까지 그냥 앉아만 있어도 쑥쑥 쑤시고 저리다. 아들은 내가 앓는 소리를 하면, 병 키우지 말고 병원에 가라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그 시절 엄마는 우리 형제들에게 어디 아프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들이 너무 어려서 그랬을까? 아니면 일에 너무 치여서 아픈 것도 잊어버린 것일까? 지금 엄마가 느끼고 있는 온몸의 통증은 엄마의 삶 일부가 되어버린 듯하다. 엄마는 그 오랜 고통의 시간을 어찌 견뎌왔을까? 우리 다섯 자식들 때문에 견뎠겠지 싶어 그 시절 엄마의 고된 삶이 자꾸만 생각난다.

    지금 죄악의 땅에서 철없는 자녀들과 함께하시는 하늘 어머니의 삶 또한 그럴 것이다. 하늘 아버지께서 올리시기 전, 어머니께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어찌 견디시렵니까….”

    어머니께서는 죄인 된 자녀들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혹여 믿음 연약한 자녀들이 실족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시며 아프고 힘드셔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홀로 견디신다. 지금껏 철부지 자녀였기에 어머니의 무거운 짐을 나눠 들지 못했다. 어머니의 안위보다 나의 평안함만 추구하며 나만 아프고 힘들다 생각했다.

    자녀들의 구원만을 위하시는 어머니의 고난을 헤아리며 어머니의 기쁨을 나의 기쁨으로, 어머니의 슬픔을 나의 슬픔으로 여기는 자녀가 되련다. 진정 소망한다. 장성한 자녀로서 어머니 삶에 위로와 웃음이 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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