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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복음이 온 세상에

키수무에서 보물 찾기

2024.05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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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믿음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느낄 즈음, 저희 부부는 케냐 키수무 단기선교단에 지원했습니다. 니안자주(州)에 위치한 키수무는 케냐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저희가 도착하기 2주 전 시온이 세워진 곳입니다. 아직 진리를 듣지 못한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 그곳에서 시온의 든든한 기둥이 될 일꾼 열매를 맺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단원들과 출국 전부터 마음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키수무에 도착해 적도의 강렬한 햇빛을 체험하며 두 달간의 선교를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첫날 하늘 가족을 찾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현지 사정으로 한동안 침례식을 진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복음의 결실을 보지 못하고 귀국할까 봐 초조했습니다. 애타게 2주를 보내고 드디어 새 생명이 탄생하던 때, 선교사님에게 그간 힘들었던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선교사님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곳에 필요한 일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알곡을 찾는 거예요. 우리는 보물찾기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열매에만 급급하진 않았는지 저희의 지난 모습을 돌아보고 단원들과 회개 기도를 올리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해 두신 하늘 가족을 찾아다니는 일 자체만으로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고 나니 전도하는 시간이 보물찾기를 하듯 너무 즐거웠습니다. 이 사람이 아버지의 보물일까, 저 사람이 어머니의 보물일까 하며 정성 들여 말씀을 전하고 함께 기도하면서 한 영혼이 구원으로 인도되는 과정에 담긴 가치를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찾은 보물 같은 식구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키수무에 온 첫날 만난 딕손 형제님입니다. 형제님은 많은 사람 속에서도 저희가 전하는 얘기를 집중하며 듣더니 다음 날부터 매일 시온에 나와 말씀을 살폈습니다. 진리를 깨달은 후 바로 규례를 지켰고 가족에게도 알리며 복음에 쓰임받고자 노력하는 아름다운 형제입니다.

    같이 길을 가면 형제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인사를 건넵니다. 그중에는 새 언약 복음의 가치를 모르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형제님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성경에 어머니 하나님이 있는데 왜 믿지 못하느냐. 우리는 성경대로 믿어야 한다”며 진리를 전했습니다. 그런 형제님을 보며 정말 어머니의 보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거스틴 형제님은, 처음 본 날에는 짧게 말씀을 전하고 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시온으로 온 형제님은 성경은 물론 노트까지 준비해 하나님의 말씀을 진지하게 상고하고는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진리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저희가 보기에도 이렇게 예쁜데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얼마나 기특하게 여기실까 싶었습니다.

    패트릭 형제님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형제님은 진리를 영접한 후 시온까지 1시간 30분 거리를 걸어와 공부를 이어가서 저희 마음에 큰 감동이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새 식구들의 집을 방문했는데 형제님이 유독 기뻐했습니다. 방문 당일에는 우리를 집으로 안내하기 위해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시온에 도착해 저희를 기다렸습니다. 형제님은 집까지 걸어가는 중간중간 저희가 힘들지 않은지 걱정하면서도 길가의 이것저것을 저희에게 소개하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습니다.

    점점 주변 풍경이 풀숲으로 변하고 다리가 아파왔습니다. 시온이 번화가에 있어 체험해 보지 못했는데 진짜 아프리카 오지로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겨우 마을에 당도한 뒤 형제님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저희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같은 부족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 모두가 형제님의 친척이고 지인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마침내 형제님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형제님의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교회 소개 영상을 보여주고 시온으로 초대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현지 식구에게서 형제님의 자세한 사정을 들었습니다. 형제님의 가족과 친척들은 최근에 신앙을 바꾼 형제님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고 합니다. 형제님은 내심 저희가 와서 교회를 소개해 주길 바랐지만 집이 너무 멀어 말을 못했던 것이지요. 저희가 방문하겠다고 했을 때 형제님이 그토록 행복해한 이유였습니다.

    형제님의 상황을 몰랐던 저는 그날 오랜 시간 걸으며 하늘 아버지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아버지께서 긴 시간 친히 먼 곳까지 복음을 전하신 건 아버지께서 오셔서 진리를 알려주시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자녀들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혹여나 핍박을 받아 믿음이 약해진 자녀들이 있을까 염려하시며 험한 산길, 거친 돌길을 다니신 아버지를 떠올리니 눈물이 차올라 묵묵히 걷기만 했습니다. 이번 여정을 통해 한 식구의 신앙생활에 힘을 주고 주변에도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니 너무 감사했습니다.

    “키수무는 한국이랑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곳에서 엘로힘 하나님을 믿는 저희가 있다는 것을 한국 식구들에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꼭 천국에서 다 같이 만나자고 전해주세요.”

    한국으로 오기 전 마지막 안식일, 한 형제님이 저희에게 해준 말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식구들과 함께했던 두 달은, 현실의 벽 앞에 지쳐 있던 저희에게 확실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선교 기간 어렵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조차 축복으로 느껴졌고, 다시 복음의 길을 열심히 걸어나갈 영적 에너지를 가득 채웠습니다. 해외선교는 청년만 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저희에게도 은혜의 시간을 허락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새로운 복음의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뜨거운 믿음으로 천국을 향해 달음박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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